참여정부의 임기 절반에 즈음하여 대중매체들은 경쟁적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중간평가작업을 추진했다. 대체적으로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큰 쪽으로 결론을 냈는데 특히 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일수록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잔여기간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리고 특히 서민층일수록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이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극히 일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인데다 상업주의에 매몰된 언론사들의 보도경쟁까지 가세한 때문이다. 또한 경제란 내생변수는 물론 외부환경의 변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는 시점과 결과가 나타나는 시점 간에 길든 짧든 시차(time-lag)가 있어 칼로 두부 자르듯 참여정부의 경제성적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물며 2년여의 국정운영만으로 그 결과를 논하는 것은 벼꽃도 체 피기 전에 풍, 흉을 거론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응수하듯 지난 25일에는 모 공영방송에 출연하여 그간의 경제성과를 조목조목 밝혔다. 요지는 참여정부가 국정을 잘 수행해서 양호한 성적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언론들이 집단으로 '이지메'를 가해 도저히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바 원한다면 “권력을 통 째로 내놓을 수도 있다”고 해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조기숙 대통령 홍보수석은 한술 더 떠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신데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와 지도자에 빠져 있다”며 국민들까지 한패로 몰아가고 있다.

 현 정부의 고뇌는 충분히 이해한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닮고 싶다던 노 대통령이 측은해 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네 경제의 현주소가 어떠한가. 참여정부 집권기간 동안 수출이 크게 신장되고 주가지수가 배로 향상되었으며 신용불량자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일자리수도 지난 2년여 동안 새로 60만개 이상이나 늘었으며 기업들의 투명경영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국가신용등급도 제고되었다. 그러나 소득불평등도는 외환위기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빈곤층은 이미 400만명을 돌파하였으며 개인 파산이 사상최대수준이다. 또한 메가톤급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경영환경도 더욱 열악해졌다. 그간 참여정부는 ‘서민과 소외계층위주의 복지와 분배정책’을 추진하느라 국가채무는 2003년 10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꼭 2년 만에 꼭 두 배로 증가했는데 내년에는 세수부족을 우려하여 서민들의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할 예정이란다.

 투전판으로 변해버린 잘못된 경제관행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집단이기주의나 고질적인 지역주의도 청산대상이다. 글로벌경쟁시대에 적합하도록 경제체질도 바꿔야 한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첫째, 점진적으로 서서히 치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둘째, 수술을 통해 일거에 제거할 수도 있으나 문제는 환자가 기꺼이 수술을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과감하게 수술을 결행했다. 그런데 환자는 수술도 하기 전부터 진통제를 달라고 아우성을 쳤으나 의사는 이에 아랑곳 않고 수술에만 집착했다. 이러니 수술이 잘 되겠는가. 그 와중에서 의사는 환자가 협조는커녕 되려 자신만 윽박지른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환자도 고생이고 의사도 못해먹을 짓이다. 이러니 “국민노릇도 못해먹겠다”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가 딱하기 만하다.
 우는 아이 젖부터 준다는 속담이 있다. 환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 정부가 더 이상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한 구〈객원논설위원·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