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으시지요? 당내 경선 준비하랴, 바닥표 다지랴, 그럴듯한 공약 개발하랴…. 좀 바쁘시겠습니까? 신문에 실린 여러분들 사진을 뵈니 그런 걱정부터 들더군요. 무명의 설움 때문에 얼굴조차 못 실린 분들도 숨가쁘기는 마찬가지일 테지요. 경기도지사 자리가 그리 호락호락 수중에 들어오지는 않을 겁니다.
대체로 알만한 분들이더군요. 한 분 한 분 짚어가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분이 정말 도지사 감일까. 경력과 경륜과 이미지와 소문까지 떠올려 보면서 말입니다. 글쎄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분도 있고, 더 깊이 따져봐야겠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정확한 정보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 나아질 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경기도지사가 되어야 할 이유'를 100가지 씩은 내놓으실 테니까. 왜 벌써부터 난리냐고 너무 나무라지는 마십시오. 이런 게 유권자의 권리이고 재미 아니겠습니까.
무례를 무릅쓰고 공개편지를 쓰게 된 까닭을 먼저 털어놓아야 하겠군요. 진작부터 가지고 있던 노파심에서 어줍잖은 조언 한마디 드릴까 해서입니다. 설마 필요없다고 한마디로 딱 자르시지는 않겠지요.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만 이왕 시작한 거 속시원히 말씀이나 드리지요. 받아들이시고 말고는 자유니까요.
질문 하나 드리지요. 혹시 경기도지사가 더 큰 자리로 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툭 까놓고 말해서, '경기도백은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 또는 징검다리'라는 속설을 믿으시냐는 것입니다. 대답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제 좁은 소견으로는 행여 그런 마음이 있으시더라도 겉으로 표현하시지는 않는 게 대단히 좋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저 명제는 검증된 적이 없지요. 징검다리 삼으려다 낙마하신 분이 한 분(두 분?) 계시고, 앞으로 도전하실 분이 있으므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직은 진위가 판명나지 않은 명제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물론, 정치인이 더 큰 꿈을 꾸는 건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야망도 없이 한 자리 해보겠다고 나서는 쪽이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검증되지 않은 속설에 너무 홀렸다가 또한번 낭패를 당하는 분이 나오면 어떡하나 하는 점입니다.
저 속설의 전제가 되는 속설이 하나 더 있지요. '도정은 국정의 축소판'이라는 명제입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합니다. 규모가 작다 뿐이지 도정은 국정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지 않나요? 인구·재정·경제규모는 물론이고 이른바 '수도권문제'라고 불리는 난제까지 국정을 빼다박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국방·통일 부문도 경기도정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 도정을 잘 이끌면 나라를 끌고 갈만하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국정과 도정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국정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원대한 비전을 보여주지만, 도정은 그것과 꼭 포개지지는 않는 비전으로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중앙정부와 경기도가 가끔 티격태격하는 건 그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도정 잘 했다고 국정 잘 할 것이라는 결론이 자동도출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권 운운하기 전에 도정에 온 지혜를 다한 다음에 도민의 열화같은 성원을 등에 업고 대권에 나서도 되는 것 아닐까요? 도민들이 이런 도지사를 원한다고 보는 건 저 혼자만일까요?
도지사로서의 최선이 '대권을 위한 스킨십'으로 저평가되는 건 본인을 위해서도 도민을 위해서도 불행이지요. 참, 아직 잠룡(潛龍)이신 후보들은 일찌감치 도지사꿈조차 접으시라는 충고를 잊을 뻔 했네요. 잠룡은 힘을 길러야지 너무 일찍 설치면 큰 일 하기는커녕 큰 일 내기 십상이지요. 어쨌거나 바람이 찬데 모두들 독감 조심하시고 건승하십시오.
/楊 勳 道 (논설위원)
큰 일 하실 분들께
입력 2005-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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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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