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개각을 통해 유시민, 이종석이라는 양날개를 달았다. 두 사람의 입각을 반대하는 당론과 여론을 단칼에 잘라내는 결단을 통해서다. 그 이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됐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핫바지로 여긴다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대통령이 제안한 만찬을 걷어차버린데서 분노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와대는 한 발 더 나아가 유시민 의원의 입각이 차세대지도자 육성 차원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동영, 김근태 의원의 경쟁양상으로 전개중인 여권의 차기 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이에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육성'이라는 표현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반발중이다.
이런 양상이라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긴장의 이완과 고조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이런 상황을 노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에게 여당은 집권의 동반이자 정권유지의 토대이다. 갈등이 예상되면 당연히 겉으로나마 봉합하는 것이 상식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은 이같은 상식의 전복 탓이다. 아무리 인상주의적 비판이라지만, 동료의원들 대부분이 “유시민은 안된다”고 하는 판에, 당론 수렴 절차를 밟을 듯 하다가, 유시민 입각을 강행한 것은 통상적인 정치관행과 거리가 멀다. 게다가 당정회의 석상에서 국무총리와 동급인 당의장을 산자부 장관으로 차출한 것도 또한 노무현식 상식파괴로 여겨 넘어가기엔 의미심장한 복선이 느껴져 개운치 않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집권여당과의 상식적인 관계를 파괴하면서 까지 획득하려는 정치적 실익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정답은 이미 실행된 개각과 발표된 청와대의 차세대 육성론에 담겨있다. 즉 대통령은 임기 후반의 국정과 정국에서 결코 자신이 소외되는 일이 없을 것임을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정권의 핵심적인 현안인 사회개혁과 대북관계 진전은 임기 내내 자신의 철학과 의지대로 관철할 것임을, 차기 대선 구도 또한 자신이 관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의 마이웨이 선언인 셈이다.
참여정부의 핵심요직인 통일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통령의 정치적 혈연인 이종석, 유시민을 내정한데는 이런 배경에서다. 유시민 내정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노무현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해석해야 옳다. 이종석 내정자도 같은 입장일 게 틀림없다. 지금 청와대는 이런 식으로 공동운명체를 조직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할 결사체이다. 청와대의 정국 인식이 이렇듯 비장하니 당에 대한 배려와 정권에 대한 공동지분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이 안중에 있을리 없다. 열린우리당 소장파들이 당·청관계의 새로운 설정을 주장하는 것은 이같은 청와대의 의도를 읽었기 때문이다.
두려운 것은 대통령이 친정(親政) 드라이브를 걸고, 청와대가 마이웨이 선언을 하기에 이른 배경이다. 지금 대통령은 외롭다. 우선 여론의 지지로부터 외롭다. 20% 안팎을 왕복하는 지지도는 좀체 회복될 기미가 안보인다. 불경기에 시달리는 대중은 대통령을 풍자거리로 소비하며 웃어 넘긴다. 이런 사정이 열린우리당의 위기의식을 부추겼고, 그 결과 대통령을 향한 충성도가 떨어졌다. 문제는 대통령이 이처럼 외로운 상황에서 좌절 보다는 자유를 느끼지 않을까 해서다. 그래서 두렵다. 더 이상 잃을 것 없다는 판단에서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 여론과의 충돌을 불사하는 쪽으로 국정을 운영할까봐 그렇다. 대통령이 소통의 중심이 아니라 분열의 핵이 될까 더욱 두렵다. 나 홀로 행보에 나선 청와대, 이에 반발하는 집권여당, 늘 뒷북치는
/윤 인 수(논설위원)
대통령의 홀로 가기 행보
입력 200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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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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