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자연과 개발은 영원한 화두다. 인간의 삶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연이 파괴되서는 안되고 개발 또한 멈춰서는 안되기 때문에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지리적 특성상 자연과 개발이라는 화두는 늘 우리를 괴롭힌다. 하지만 자연의 논리는 개발의 논리와 대부분 수평선을 긋고 결국에는 개발의 논리에 밀리고 만다.

 그러나 이번에는 만만치 않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이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하면서 전 국민의 눈과 귀가 다시 천성상에 쏠리고 있다. 부산 금정산과 양산 천성산에 건설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터널공사를 반대해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가는 지율스님은 환경의 문제를 극적으로 부각시켰다.

 천성산대책위와 천성산을 위한 시민·종교단체는 “천성산과 도룡뇽은 단순히 환경문제의 화두가 아니라 경제발전에만 매진해온 결과 삭막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생명의 화두이며, 비도덕 비양심 부패라는 총체적 문제제기의 화두로서, 자신의 생명을 던지면서까지 지키려는 지율스님의 진실이 무엇인지 바로 보자”고 호소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지율스님의 단식에만 말초적 관심을 쏟을 뿐, 스님이 목숨을 내놓고 전하려 메시지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천성산 터널공사 중단을 찬성하는 네티즌들도 “ 지율의 죽음을 건 단식은 우리사회에 자연과 생명의 존중성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경각심도 울려주었고 도룡뇽 같은 하찮은 미물에 까지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며, 스님의 단식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소홀히 대했던 자연에 대한 귀중함을 일깨우는 함축의 메시지라고 화답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꽤많다. 단식이 가져온 역풍으로 유명 포탈사이트에 오른 글을 보면, 지율스님을 비난하는 내용이 지상에 옮기지 못할 정도로 많다. 게다가 환경운동과 환경운동단체를 비난하는 부정적 여론까지 눈에 띤다. 토론도 뜨겁다. 한 토론자 경우 “지율의 외침은 분명 청명한 것이다. 도룡뇽 같은 미물의 생명까지 중하게 여기는, 그의 불제자로서의 종교적 신념은 훌륭하고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전 국민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또 그것 때문에 전체사회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명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스님이 단식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주장은 인정받을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언론 보도로 시작됐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와 천성산대책위측이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 조사보고서 작성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후 보고서 작성시작 시점에서 '터널공사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공사를 재개한다'는 취지의 보도가 공단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갔다. 결국 신뢰문제가 불거졌고 사태를 악화시켰다.

 천정산터널은 대법원 계류중인 '도룡농 소송’에서 결판나겠지만, 지율스님의 단식은 어디서 매듭이 지어질지 짐작키 어렵다. 또한 양분된 논란도 설사 법원의 판결 이후에라도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같은 논란이 비단 천성산에서 마침표가 찍어질 것같지는 않다. 각종 개발과 중단의 혼란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지율스님 묵묵부답 단식에는 그런 의미까지 담겨있을 터이다.

 자연의 보존도, 개발도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개발이나 보존당사자 중심으로 유리한 데이터를 엮어 모든 판단을 한 방향으로 끌어가서는 안된다. 특히 감성적 여론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천성산 개발과 지율스님의 단식은 일방적 개발논리에 앞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답하기 쉽지 않은 화두를 함께 던지고 있다.

〈논설위원/윤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