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용틀임이 대단하다. 중국은 작년 1년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파키스탄, 잠비아, 모잠비크, 미국 등 20개 재난국에 총 26회에 걸쳐 원조금을 보냈다. 인도양 쓰나미 발생 다음날 가장 먼저 2천163만위안을 전달한데 이어 5억위안(약 700억원)을 추가로 보냈고 국제기관을 통해 2천만달러를 기부했다. 인도네시아 해일 피해에만 약 1천억원의 엄청난 원조를 한 것이다. 의료팀, 국제구원팀, DNA 검사팀 등도 파견했고 복구사업에도 적극 가담, 지원 프로젝트를 신속히 실행했다. 미국 남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에도 500만달러와 구호물자를 제공했고 파키스탄 지진 때도 2천673만달러의 돈과 1천930t의 물자를 보냈다. 의료팀도 2천명이 넘었다. 루마니아 수해, 이란 지진, 잠비아 폭약공장 폭발 등 지구촌 어디든 가장 먼저 달려가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과시인가. ▲작년 무역총액→전년비 23% 증가한 1조4천221억달러 ▲무역흑자→전년의 3배인 1천20억달러 ▲GDP(국내총생산) 성장률→9.9% ▲GDP총액→6년간 2배 증가, 프랑스를 제치고 미, 일, 독, 영국 다음 5위 ▲상하이항 화물 취급량→세계 1위인 4억4천300만t…. 중국의 경제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2017년이면 미국의 GDP를 추월할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지 금년 보고서대로 실현될 것인가. 중국은 군사력 증강에도 혈안이 돼 있다. K8형 군용기 80기를 이집트에 수출한데 이어 파키스탄 등과도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모함 보유도 제11차 5개년계획(2006~2010년) 안에 실현할 예정이다.

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가 지난달 스위스의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은 이제 자본주의가 뿌리내렸다”고 선언한 그 중국을 가리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엊그제 상·하 양원 일반교서 연설에서 “중국과 인도(Chindia)가 새로운 경쟁국”이라고 선언했다. 일본이 140년 전 메이지 유신 때부터 “베이고쿠 오이쓰케 오이코시(미국 따라붙자 추월하자)”라고 외쳤다면 요즘 중국은 “메이궈 추이깐 추이꿔(미국 따라잡자 앞지르자)”를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의 제1 경쟁국은 중·일 마찰 시위 때마다 나부끼는 ‘소국 타도(小國 打倒)’ 플래카드의 그 소국 일본이 아닌 1위 대국 미국이다. 중국의 목표는 1위다. 미국을 바짝 따라붙긴 했어도 2위로 만족, 1위 추월은 불가능한 일본과는 달리 1위 앞지름까지 가능한 유일한 나라가 ‘중화’라는 자신감이다.

미국이 또 하나 경쟁국으로 선고(宣告)한 인도는 어떤가. 국익올림픽, 홍보올림픽이라 일컫는 이번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은 온통 인도의 국가홍보 연출장을 방불케 했다. ‘어디에나 있는 인도(India Everywhere)’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는 인도는 이번 포럼의 홍보예산만 500만달러를 소비했다. 참가 인원 150여명이 모두 홍보요원이었고 6개 세미나에서 세계 투자 유혹에 열을 올렸다. 89개국 2천340여 정·재·학계 인사의 화두가 아예 ‘친디아’였다. 거기 한국의 존재는 없었다. 300여 포럼 세션(session) 중 중국, 인도 관련이 14개나 차지했는데도 한국 관련 세션은 전무했다.

이런 ‘친디아’를 일본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새로운 3국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국가적 장기 비전을 수립한 지 이미 오래다. 일본은 21세기 새로운 아시아 3강국을 한·중·일이 아닌 ‘일·중·천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천축(天竺)’이 어디인가. 일찍이 신라 고승 혜초(慧超)가 누비고 다닌 그 땅 인도가 아닌가. 이제 중국도 일본도 IT, 조선 등 일부 앞서가는 기술 분야를 제외하고는 한국을 더 이상 경쟁국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은 21세기 새로운 아시아 3국 구도(構圖)에 전혀 감도(感度)가 없는 것이다. 지금 ‘한국호’엔 좌표 하나, 해도(海圖) 한 장 없다. 젊은 네티즌, 그래도 21세기 우리의 미래가 두렵지 않은가.

/오 동 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