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유공자 취업 가산점 제도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군복무 가산점제도 폐지 당시의 논란만큼이나 뜨겁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공무원 7, 9급시험 및 교원임용시험에 응시한 국가유공자 가족에게 10%의 가산점을 주도록 한 국가유공자예우 및 지원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관련 법조항이 일반인들의 취업 기회를 제약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2007년 6월30일까지 위헌적인 법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관련법규가 위헌적인 요소가 있지만 법률 공백을 막기 위해 법개정때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유공자 10%가산점 제도의 경우는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유효하다. 사회적인 동의가 필요한 제도개선이나 국가 사업에는 많은 물의가 따르게 마련이다. 미군기지이전, 핵폐기물처리장, 장례식장 등 지역간, 국가와 주민간, 주민과 주민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설득과 인내가 필요하다. 물론 때로는 국가 또는 다수의 이익, 시대의 변화와 같은 이유로 강제해결이란 수순을 밟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좀더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득권 박탈 대상이 대한민국의 현재를 가능케 한 국가유공자 및 그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헌재가 군복무 가산점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것과 달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12월23일 군복무 가산점제도를 폐지시키면서 그 이유로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달았다. 또 가산점이 적용되던 98년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비제대군인이 합격자의 3.3%에 불과했던 것도 위헌결정을 끌어낸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군복무를 의무적으로 이행한데 대한 최소한의 국가보상을 박탈당한데 대한 전역자와 군복무자들의 불만은 대단했었다. 가산점이 결코 특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가산점이 군복무로 불이익을 강제당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보완책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가산점제도가 여성 뿐 아니라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없는 남성, 즉 장애우를 차별한다는 주장이 관철돼 결국 군복무 가산점제도는 헌재의 결정으로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병역의무를 이행하느라 강제로 개인의 시간을 헌납한 사람들에 대한 국가 보상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논란거리로 유효하다. 돌이켜보면 가산점제도는 폐지하되 군복무기간을 근무연수에 반영하는 제도는 유지하는 것이 합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같은 전례에 비추어 볼 때 국가유공자 가족 가산점 문제는 충분한 사회적 토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소돼야 마땅할 것이다. 이와관련 헌재가 국민적 합의의 기준을 제시한 대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유공자 본인과 그 가족의 범위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헌법 제32조6항에서 말하는 '취업보호 대상'의 유공자 가족범위는 '유공자·상이군경 본인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이라고 좁혀 해석해야 한다”고 밝혀 놓았다. 이런 기준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희생한 국가유공자 및 그 가족을 경제적으로 예우할 수 있어야 한다. 평등권에 집착해 그 범위를 각박하게 좁혀놓았을 때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신장시키는 대신 국가와 민족에게 충성을 요구할 수 있는 애국의 가치는 그 만큼 희석될 수 있어서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자조에서 보듯이, 국가유공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에 인색했던 우리 사회였다. 유공자 가족 가산점제도를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우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윤 인 철(논설위원)
국가유공자 가산점 논란
입력 2006-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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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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