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머니게임이 한창이다. 넘쳐 흘러나는 자금이 돌아다니며 곳곳이 투기장화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멈칫하자 주식시장이 흥청이더니 올 봄에는 아파트 시장이 과열 기미를 넘어 투기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금의 집중화 현상이 극도로 심화되면서 경제·사회 여러 곳에 주름살이 끼고 있어 그 후유증이 염려될 지경이다.

부동산 가격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강남을 시작으로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10%이상씩 폭등하거나 더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목동에서 과천에서 분당에서 송파, 강남, 서초구 등 소위 말하는 블루칩 아파트들의 폭등 소식이 억억(億億)하면서 귀청을 때린다. 정부의 8·31대책이 나온지 수개월도 안돼 투기 열풍이 재연된 것이다.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좌절과 소외감 마저 드는 것이 우리 서민들의 심정일게다. 30평대 아파트가 10억원을 호가하는 것은 보통이며 40~50평형대는 15억에서 20억원을 훨씬 뛰어 넘었다고 하니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하지만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현실이 이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원인은 정부의 투기 억제책이 연속적으로 실패한데 기인한다. 풍선은 어느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삐져 나오게 마련이다. 부동산 투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강남 부동산만 잡으면 투기가 더 이상 번지지 않을 것처럼 보고 있지만 그건 아니다. 눌린 풍선처럼 다른 곳에서 투기가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강남을 벗어난 수도권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벌써 폭등한 곳이 제법 많다. 그리고 그 여파가 다시 강남지역으로 되돌아와 가격을 더 폭등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 요즘의 아파트 가격이다. 여기엔 판교 아파트 분양 열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평당 분양가가 서민평형도 1천300만원대에 이르고 중대형 평형은 1천800만원에서 2천만원대를 육박한다고 하니 인근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현재와 같은 부동산 투기상황이 더 발전한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지금도 생산부문으로 투입돼야 할 자금이 오히려 국제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부동산 투기 쪽으로 흘러간 상황이다. 하물며 투기재연은 그나마 생산부문에 투입된 자금까지 이탈시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어 걱정이다. 당연히 성장률은 떨어지고 국제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내수경기 침체는 계속될 것이며 정치·사회·경제 후유증이 클 것은 뻔하다. 계층간 양극화의 심화는 물론이고 실업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어 서민생활이 각박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각종 지표와 실물경제를 통해 그 조짐이 이미 우리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어 큰일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 위기의 한축은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분명해 차단이 시급한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시스템 개혁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아파트 투기억제책으로 강남권 등 투기온상지역에 15만호를 오는 2011년까지 공급한다고 장담하나 공급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끊어야만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만 왜곡된 자금 흐름을 바로잡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투기를 막고 경제 활성화로 갈 건지 아니면 다시 침체로 빠져들 건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지금이 바로 결정의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제성장과 번영을 위해선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위기는 지속될 것이고 침몰의 수렁으로 다시 내몰릴 수도 있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