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8년 1월 24일 아침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난한 목수 마샬(James Wilson Marshall, 1810~1885)은 미국 서부 시에라네바다산맥 기슭 아메리카강변에 위치한 제재소의 배수로를 점검하고 있었다. 지난밤에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기 때문이었다. 빗물이 실어온 자갈과 암석 조각들이 배수로 바닥에 잔뜩 깔려있었는데 그 속에 희미하나마 황금빛을 발하는 콩알만한 물체들이 섞여 있었다. 그중 몇 알을 주워 확인해본 순간 알갱이들은 순도가 매우 높은 사금(砂金)들이었다. 졸지에 대박을 맞은 마샬은 이 사실을 굳게 다물었으나 보안유지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극소수 카우보이들 사이에서 간간이 퍼지던 소문이 6개월도 채 못되어 유럽은 물론 태평양 건너 중국에까지 퍼져나갔다. 1849년 한해동안에만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8만여명이 행운을 쫓아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골드러시의 시작이었다. 가난에 찌든 수많은 서민들이 골드러시 대열에 편승했으나 이들 중 부자의 꿈을 실현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의 포티나이너들(forty-niners)은 이전보다 더욱 심한 가난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대박신화를 쫓았던 무수한 사람들을 낭패케 했던 골드러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의 미국을 건설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새로운 복권이 곧 등장할 모양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복권위원회를 열어 체육, 슈퍼더블, 플러스 등 13종의 종이복권을 즉석복권 3종과 추첨복권 1종 등 4종류로 간소화하여 내달 17일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당첨금액도 로또복권에 버금간다. 동전 등으로 긁어 즉석에서 확인하는 즉석복권의 1등 당첨금만 10억원이다. 추첨식 복권의 최고 당첨금은 20억원이다. 당첨확률을 획기적(?)으로 제고한 소액복권도 선보인단다. 침체된 복권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해 볼만하다.

로또복권은 종이복권시장의 침체를 가속화시켰다. 당첨확률은 고사하고 당첨금액면에서 로또와 너무 현격한 탓인지 전체 복권판매액에서 로또가 차지하는 비중이 95%이상이다. 급기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복권도 생겨났다. 유서 깊은 주택복권은 아예 없앴다. 정부는 복권시장의 균형발전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 복권 발행에 대한 정부의 속셈은 따로 있는 듯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복권매출액이 점차 감소했기 때문이다. 로또복권이 첫선을 보인 2003년의 복권판매액은 3조8천억원이던 것이 2004년에는 3조2천억원으로, 지난해에는 3조원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정부는 복권사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었는데 복권경기가 신통치 못했던 작년에만 1조2천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향후에도 복권매출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면 정부의 주머니가 가벼워질 것은 불문가지였다. 차제에 정부가 다시 대박신화를 부추겨 주머니를 채우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난해(難解)한 점은 부동산투기와 전쟁중인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들의 투기심리를 부추기고 사행심을 조장하는 이율배반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남이 하면 추악한 스캔들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란 식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복권지출은 그만큼 경제성장률을 낮춘다는 점이다. 지난달 재정경제부는 로또 구입이 민간소비지출규모를 줄여 성장률이 0.3%나 감소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경부의 주장대로라면 로또에 버금가는 새 복권의 출시로 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골드러시가 미국의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했던 것처럼 정부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권경기의 진작을 도모하고 있다. ‘불어라, 복권바람아’를 외쳐대는 듯 하다. 그러나 복권시장 활성화가 골드러시와 같은 순기능을 초래할 것이란 기대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또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억(億), 억(億)’하며 신기루를 좇다가 포티나이너들의 전철을 밟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 한 구(객원논설위원·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