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갈급쟁이'다. 월급을 암만 많이 받아도 늘 목말라 하는 게 월급쟁이다. 한데, 시절이 달라졌다. 같은 월급쟁이라도 잘 나가는 대기업 임원은 월 몇 억씩 받는다. 그들은 갈급쟁이일 것같지 않다. 반면 제발 갈급이나마 또박또박 받아봤으면 하는 비정규직이 넘친다. 갈급쟁이 되는 게 소원인 백수·백조도 쌔고 쌨다. 이게 양극화다.
하긴 월급도 옛말이다. 이젠 연봉으로 따진다. 연봉은 더이상 생활급이 아니다. 연봉은 인격의 척도로 작용한다. 연봉은 '몸값'이다. '몸값'은 그 속물스러운 어원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비속어가 아니다. 내 '몸값'과 쟤 '몸값'은 노골적으로 비교된다. 같은 나이 같은 학력이라면 몸값 차이는 견딜 수 없는 모욕이다. 너나 없이 절치부심 몸값 올리기에 골몰한다. 행복은 몸값 순이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정하기가 한창이다. 이미 결정난 곳도 있고, 아직 눈치를 보고 있는 지역도 많다. 서울시의원 6천804만원, 대전시의원 4천908만원, 경남도의원 4천245만원. 지금까지 정해진 광역 랭킹 1, 2, 3위다. 창원시의원 3천720만원, 김해시의원 3천559만원, 마산시의원 3천516만원. 기초 1, 2, 3위다. 경인지역 의정비가 결정되면 아마 이 순위는 바뀔 터이다.
의정비의 지급근거는 개정 지방자치법이다. 의원들에게 의정활동비, 여비 및 직무활동에 월정수당을 지급함. 그래야 참신·유능한 지역일꾼이 몰려들어 지방의정을 업그레이드 시킬 것 아니냐는 논리다. 옳커니. 몇 백 억 인센티브가 왔다갔다 하는 세상에 '무보수 명예직'이 가당키나 한가.
그런데 가만, 이런 논법대로라면 많이 줄수록 일을 잘 한다가 되나? 과연 그럴까? 현실적으로 무한정 줄 수도 없다. 그럼 도대체 얼마를 줘야 의정 앞세워 제 사업에 혈안인 의원들을 없앨 수 있을까. 답이 잘 안나온다. 지역마다 구성된 의정비심의위원회 위원들의 고민도 이것이리라. 더구나 '그깟 지방의원들에겐 땡전 한 푼도 아깝다'는 무지막지한 여론도 적지 않으니 결정은 더 어렵다.
현재의 가이드 라인은 노동부가 만든 직업별 직급별 임금표, 해당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그리고 지역사회의 평균임금 수준이다. 그걸 참작해서 자율 결정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웃기는 몸값론이 나온다. '서울이 얼마로 정해졌으니 경기도도 이 정도는 돼야…'라든가, '시장, 부시장에게 호통치는 의원이 국장급보다 적게 받아서야 되겠어?' 따위가 대표적이다. 이런 주장이 알찬 의정과 뭔 관계인지 통 모르겠다.
의정비는 몸값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의정활동 잘 하라고 피같은 살림에서 떼주는 예산이다. 그렇다면? 엉뚱한 상상이 고개를 든다. 일단 모든 의원들에게 국가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준다. 그리고 나머지는 의정활동 성과에 따라 수당을 주는 것이다. 의회에서의 출석·발언 횟수, 조례 발의·통과 건수, 기타 의정 공헌도를 따져서 수당을 차등지급하는 방식이다.
의회에 참석해서 졸았는지, 발언의 질은 어떤지, 조례를 만들기 위해 품을 얼마나 들였는지, 조례 내용은 A+인지 F인지 등등을 시민 심사단을 구성해서 따져보고 수당을 지급하자는 얘기다. 1년내 코나 후빈 의원과 발바닥 불나게 뛰고 머리 쥐나게 조례 만든 의원을 같이 대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거 국회의원들에게 적용해도 재밌겠다. 어차피 성과주의 사회니까 열심히 일하는 의원에게 의정비 많이 준다고 나무랄 시민은 없지 않을까.
정치엔 돈이 들어간다. 그것도 억수로. 지방정치도 정치다. 지방의원 유급화를 해도 그들은 여전히 갈급쟁이로 남을 공산이 짙다. 그렇다면 성과주의 수당제도 그냥 웃어넘길 방안만은 아니지 않나? 국민의 대표, 주민의 대표들께 너무 모욕적인 발칙한 발상인가?
/양 훈 도(논설위원)
지방의원 의정비
입력 2006-04-12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6-04-12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