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의한 강제개항(1883년) 이래 인천은 서울과 황해권을 연결하는 중심지로서, 또 동시에 종(縱)으론 한반도의 남북을 연결하는 요충지로서 그 기능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분단 이후 북으로의 진출기능은 차단됐고, 횡(橫)으론 냉전체제의 지속으로 횡심(橫深)의 위치를 잃어갔다.
 그 결과 현재 인천은 다른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수도권의 관문도시로서 양적(量的)으론 급성장한 반면 질적(質的)으론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냉전시대가 종식되고 통일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서 인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지이자 중국과 태평양을 잇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준 높은 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선 질 높은 시민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민운동의 올바른 방향과 비전=인하대 행정학과 정일섭(45) 교수는 시민운동을 효과적으로 벌여나가려면 '현실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벽'이란 시민단체의 질적 변화와 함께 회원수 확보로 집약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등 시민들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정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회원수 증가를 통해 경제적인 자립과 상근자 수의 확대 등 물적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어떠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문제점만 지적하기보다는 그에 대한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가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아직까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민단체의 역량이 딸리는 게 사실”이라며 “따라서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안을 찾아 참여를 유도하면서 시민단체의 위상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공적문제 제기의 당위성과 실천방법 등을 알려줄 교육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얘기. 시민들이 시민단체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공감은 하지만 직접 활동에 나서는데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교수는 선진국의 시민단체들처럼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시민운동을 펼쳐나가면서 그들을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스스로 시민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참여할 수 있게끔 홍보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지방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수립, 추진할 때 반대 일변도의 투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도시개발 관련 비전, 문화공간 확보를 위한 방법,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을 수립·제시해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앙·지방정부도 시민운동을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게 아니라 이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시민운동을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좀 더 다양하고 창조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며 “각 분야에 걸쳐 구성되어 있는 인천지역 시민단체의 단점은 취약한 조직력”이라고 털어놓는다. 부실한 조직은 결국 활동가와 시민들의 거리를 좁히지 못함으로써 운동의 집중력과 추진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식' 운동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문성도 결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앞으론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고 전문성과 대중성이 시민운동의 존립기반이라는 것을 우선시하면서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원식(39) 변호사는 “인천시민사회의 현실을 살펴보면 다양화·세분화하는 흐름에 비해 구심력이 현저히 느슨한데다 분열과 갈등의 양상마저 빚고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시민운동을 위해선 연대의 폭을 넓히고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인천이 수도권 진입을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시민사회의 토양을 바탕으로 지방권력을 견제·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시민운동의 공감대를 넓혀 나가길 바라고 있다.
최변호사는 “인천의 시민운동은 이제 좀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 시민운동과 연대하면서 평화와 통일이라는 '화두'를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아울러 인천의 새로운 문명과 문화의 가능성을 낙관한다면 이제 인천시민들은 건전한 시민운동 건설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