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있는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열기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공항개항과 주거환경개선으로 급격히 불어난 시내 인구를 수용할 만한 아파트 입주물량이 절대 부족한데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20여년 전에 건축된 저층아파트를 중심으로 잇달아 재건축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8일 시행된 용적률 하향 조정 등 정부의 재건축 규제강화에 따라 미리 사업승인을 받으려는 재건축 조합들이 연초부터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상 유례없는 재건축 바람이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현재 인천지역에 설립된 재건축 주택조합은 모두 35개. 가구수로는 1만6천481가구에 이른다.
이 중 사업승인을 받은 조합은 16개(3천531가구)로 이들이 새로 짓게될 아파트만도 7천520가구에 달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15개 조합이 새로 인가를 받았고 올해에도 9개 조합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해당 단지의 수익성이 시공업체와 주민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요인인 만큼 교통편과 생활여건 등이 우수한 부평구와 계양구, 남동구의 저층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단지 재건축 추진 현황
현재 인천에서 재건축 공사중인 아파트 단지는 모두 12곳. 이들 단지에는 노후 아파트 2천489가구를 헐고 5천149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새로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중이다. 아직까지 착공전인 나머지 재건축 조합들도 대부분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사업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5년 8월 조합 설립 이후 재건축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인천시 중구 신흥동 안국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오는 10월 입주예정으로 마감공사가 진행중인 이 아파트는 기존 670가구에서 1천330가구(일반분양 693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아파트로 다시 태어날 이 아파트는 19~22층 규모로 모두 11개동이 들어선다. 평수는 22·33·45평형이 분양중이다.
주안 주공아파트 3단지 재건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78년에 준공된 뒤 24년만에 다시 재건축되고 있는 이 곳은 풍림산업(주)가 시공을 맡으면서 '풍림 아이원'으로 이름이 바뀐다.
현대건설에서 추진중인 주안동 양지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지난 97년 8월 조합을 설립, 2000년 6월 착공했다. 79년 8월 건축된 기존 200세대(5층 4개동)를 14~20층 5개동에 모두 443가구가 오는 11월 입주할 계획이다.
한신공영이 시공사로 선정된 부평구 산곡동 서구에서도 최근 재건축 열기가 뜨겁다. 서구 가좌2동 일대에 들어설 가좌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은 16~32층짜리 아파트 23개동 2천600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한편 전국 최고층으로 재건축 사업에 관심이 집중됐던 구월주공아파트는 지난달 시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재건축 심의가 가결돼 올 상반기중 관할 남동구청에서 사업승인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문제점
인천시내 대규모 저층아파트단지들이 한꺼번에 재건축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상반기중 사업승인을 앞두고 있는 구월주공과 올 하반기 착공예정인 간석주공 등 6천여가구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이미 물량이 고갈된 지역 전세시장은 그야말로 '전세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구월 주공단지 인근의 방2개짜리 전세가는 현재 3천5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주가 본격화되는 올 가을에는 5천만원선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전망이다. 또 이주가 시작된 간석 주공단지 주변의 전세가도 올들어 1천만~1천500만원 정도 뛴 실정이다.
이밖에 재건축을 통해 해당지역의 가구수가 기존의 2배 이상 늘어나는 만큼 상·하수도,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 확충 문제도 주민 입주 이전에 끝마쳐야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망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재건축 러시는 현재로선 일단 주춤한 상태다. 도시계획법 개정에 따라 지난 1월 중순부터 용적률을 350%에서 250%로 낮추는 시조례가 시행된 점을 감안, 재건축 조합들이 서둘러 사업승인 신청을 마쳤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부평구와 계양구, 남동구 일대의 '사업성 있는' 단지들은 대부분 재건축에 나선 상태여서 당분간 재건축 단지가 폭주하는 사태는 재연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재건축규제 등으로 사업시기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고 착공시기도 향후 주택경기와 맞물려 있어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