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강원지역에서 불법 채취된 희귀수목은 대부분 서울 경동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채취꾼들에 의해 벌목된 이들 희귀수목은 지역마다 담당하는 수집상에게 넘겨지고 수집상은 중간상을 통하는 등 수차례 유통과정을 거쳐 대부분 경동시장으로 들어온다.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도 누가 채취하고 수집상이 누군지, 중간상이 수집한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는 어딘지, 건재상에서는 어떤 경로로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단속에 대비해 유통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있다. 현재 약재를 수집하는 수집상은 대략 면단위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에서 채취 또는 벌목되는 물건만 수집해 며칠 간격으로 물건을 챙기는 중간상에게 넘길 뿐 정확히 이것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여러 단계를 거쳐 마지막에 서울 경동시장등 주요 약재상들에게 유통된다는 것만 짐작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경동시장내 건재상 한곳에서 하루에 판매되는 희귀수목은 대략 1㎏정도다.
정식 허가를 받은 건재상 700여개와 무허가 노점상을 합치면 1천개 정도로 이곳에서만 하루에 대략 700~900㎏ 정도의 희귀수목들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볼때 엄청난 양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희귀수목은 이곳에서 헛개나무는 근당 6천~1만5천원, 가시오갈피 나무는 1만5천~3만원, 느릅나무는 6천~1만8천원등 다른 약재보다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마구잡이로 채취되던 이들 희귀수목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자 최근에는 중국산 수목들까지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희귀수목은 오래 전부터 민간요법에 의해 약용으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판매되지 않는 수종들이었다. 실제로 헛개나무와 가시오갈피나무, 엄나무, 느릅나무등 대부분의 희귀수목이 한약재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몇몇 희귀수목이 강장제는 물론 각종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경동시장에는 이들 수종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건재상들도 고가에 팔리는 희귀수목 주문이 늘어났다.
결국 수집상들은 돈이 되는 수종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채취꾼들에게 희귀수목 벌목을 요구했고 그동안 자생지를 알고 있던 채취꾼들은 희귀수목의 뿌리를 뽑아가는등 싹쓸이 돼왔다.
또한 일반인들도 경기·강원 산간지역을 돌며 마구잡이로 채취하면서 불과 10년도 안돼 이들 수종은 이 땅에서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매일 엄청난 양의 희귀수목들이 불법으로 유통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단속 실적이 없을 정도로 이들의 유통 및 판매경로는 점조직화 돼있다.
전체면적의 90% 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경기·강원 산간지역에 불법 채취를 단속하는 인원은 고작 3~5명. 돈이 된다면 가리지 않고 파헤치는 채취꾼들의 횡포를 막기에는 터무니 없이 적은 인원이다.
채취꾼들의 신원은 물론 수집상, 중간상의 규모, 유통경로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뒷북만 치는 단속은 앞으로 수년내 이땅에서 이들 희귀수목을 구경하기조차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 유통과정
40여년동안 약초를 캐온 윤모(67)씨는 지금도 강원도 평창과 인제등 백두대간의 산세를 줄줄이 꿰고 있다.
며칠동안 수소문 끝에 어렵게 만난 윤씨는 해발 1천m가 넘는 높은 산들은 물론 나무와 숲이 빽빽해 한여름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산속 길도 내집 안마당처럼 훤히 알고 있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심마니로 산과 인연을 맺어온 윤씨는 깊은 산속에 자생하고 있는 약초를 캐 아들 3명을 대학까지 교육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윤씨는 수년 전부터 그동안 거래해온 수집상이 헛개나무와 가시오갈피나무, 엄나무등 희귀수목을 요구해 약초보다는 이들 나무들을 많이 채취했다고 말했다. 수십년을 돌아다닌 윤씨는 백두대간 어느곳에 가면 어떤 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어 수집상이 요구하는 나무는 물론 뿌리도 어렵지 않게 채취할 수 있다.
수집상의 요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윤씨가 하루 채취하는 양은 보통 7~10㎏정도로 많을 때는 20㎏도 채취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인 강원과 경기지역에 전문 채취꾼은 100명 정도가 있어 이들이 하루 벌목하는 희귀수목은 5~6t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채취꾼들이 수집상에게 건넨 이들 희귀수목은 중간상을 거쳐 대부분 경동시장과 전국의 한약 건재상들에게 유통되고 있지만 판매 및 유통 경로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윤씨도 20년이 넘게 거래하고 있는 수집상을 최씨라고만 알고 있을 뿐 이름과 나이는 물론 최씨와 거래하는 중간상이 누군지 모른다.
채취꾼들은 1근당 헛개나무, 가시오갈피나무는 3천원 정도, 엄나무 500~600원 정도, 느릅나무는 3천500원 정도로 수집상에게 넘기고 있다. 이밖에 산뽕나
[사라지는 희귀식물들 - 유통실태] 불법채취→수집상→중간상→약재상 철저한 보안 '점조직'
입력 2002-07-21 00:00
수정 2021-08-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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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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