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시장은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흔치 않은 상권이다.
한때는 인천 최대의 시장으로 널리 알려졌던 영화를 간직한 시장이기도 하다. 부평시장은 땀냄새가 흠뻑 밴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볼 수 있는가 하면 반듯하게 다듬어진 젊은이들의 문화공간도 함께 상존하고 있다.
싱싱한 채소를 사이에 두고 전대 두른 상인과 조금이라도 더 물건 값을 깎으려는 주부의 실랑이가 밉지 않은 곳이 바로 부평시장이다. 진열대엔 갓 잡아 올린 것처럼 싱싱한 생선들이 금방이라도 뛰어오를 것처럼 눈을 부라리고 또 다른 한편에선 떡이며 튀김들을 조리하는 구수한 냄새가 옛 시장의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만든다.
부평시장은 무엇보다도 순대골목이 백미다. 솥에 고은 뽀얀 돼지뼈 국물에 밥한술을 술안주, 한끼 식사로도 제격이다. 부평시장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순대골목에는 약 20개의 상점들이 사이좋은 이웃들처럼 몰려 있다. 저녁시간이면 허름한 차림의 하루벌이 아저씨부터 반듯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중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차별없는 삶의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전통시장에서 부평역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내로라 하는 유명 브랜드들이 총집합해 있는 '부평 문화의 거리'를 접할 수 있다. 밤이면 젊은이들이 모여 꿈을 발산하는 이 곳은 청춘들의 해방구나 다름없다. 또 젊은이들의 문화가 중년들에겐 다소간의 거리감을 주기도 하지만 신선하고 톡톡 튀는 생활의 활력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부평 문화의 거리'다. 이곳은 국내 최신 유행을 가늠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들이 밀집해 10~20대 여성들을 유혹한다. 또 여름이면 끼있는 젊은이들이 거리에 모여 주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끼를 행인들에게 선보이는가 하면 다양한 공연이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기도 한다.
지난 2000년 인천지하철이 개통되면서 '부평시장역'까지 생겨 수도권 어느 지역에서든지 전철을 타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도심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부평시장인 셈이다.
부평시장이 시장으로 모습을 갖춘 것은 지난 1967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천과 김포지역 등을 망라하는 이렇다할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데 착안, 박모씨가 부평역 앞 4천평에 '부평 새시장(지금의 진흥상가)'을 만들면서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 야채 2천평, 잡화·건어물 등 2천평으로 나눠 상가가 형성돼 90여개의 상점들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채 5년도 안돼 박씨는 시장에서 손을 뗐다. 이어서 부평새시장을 인수한 사람이 한모씨.
부평지역에 대규모 수출공단이 형성되면서 인구 유입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지난 80년대엔 부평시장이 인천 북부지역을 비롯, 부천과 김포까지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명실상부한 최대의 상권으로 우뚝 서게 된다.
특히 농산물은 부평시장의 주력상품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차량들 때문에 아침이면 사람이 통행조차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농산물만 별도로 취급하는 일명 '부평 깡시장'이란 별칭이 붙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곳에선 무작정 도시로 나온 이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억척스레 손수레를 끌던 추억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들은 또 거래되고 남은 야채들을 싣고 부평동과 산곡동 달동네 등을 다니며 팔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5년 '구월동 농수산물시장'이 생기면서 부평시장의 화려했던 경기도 추락하기 시작한다. 농산물 도매기능의 상당부분을 구월동 농수산물 시장에 빼앗기면서부터 상인들이 하나둘 시장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01년에는 '삼산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까지 생겨나는 바람에 '부평시장'은 더이상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형 백화점과 할인매장들이 주변에 속속 들어서면서 부평시장은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
다른 재래시장이 그렇듯 부평시장도 여러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때만 되면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곤 하지만 헛구호 일뿐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때문에 시장의 거점이었던 진흥상가는 폐허처럼 변해 명맥만 유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또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 상당수가 의욕을 잃어버린 채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기존의 시장을 둘러싼 채 상권을 장악해 버린 노점상들과 원래 상인들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현실적인 접점을 마련키 어려운 실정이다. 행정당국도 이들의 양보없는 줄다리기에 지쳐 시장활성화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평시장'은 노후한 건물과 노점상들의 난립으로 대형 화재 위험이 가장 큰 고민이다.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전기 안전 점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지만 언제 발생할 지 모
[인천상권 어제와 오늘 - 부평시장] '전통-현대 어루러진 삶의 현장'
입력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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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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