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04011
▲ 유기와 과수의 도시, 안성도 공장 난개발을 피해가지 못했다. 안성시 죽산면 두교리의 한 야산이 절반가량 파헤쳐진채 방치되면서 주위 오염은 물론 장마철 수해우려까지 낳고 있다. /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10여년전만 해도 안성은 공장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예부터 지방에서 서울로 통하는 교통요충지와 상업중심지로 각광받았던 안성은 특히 '안성맞춤'으로 상징되는 유기를 비롯해 최근에는 안성쌀과 신고배로 유명한 지역이다.

80년대 들어 불어닥친 거센 공업화의 물결속에 안성에도 지난 85년 66만8천㎡ 규모의 제1산업단지가 들어서는 등 10여개의 중소규모 산업단지가 잇따라 조성됐다.

그러나 IMF를 거치면서 일부 산업단지는 난개발이라는 부메랑으로 바뀌어 각종 후유증을 가져왔고 최근에는 특정 지역에 공장 신축이 집중되면서 산림훼손은 물론 토양·수질오염이라는 제2, 제3의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안성시 죽산면 두교리의 두교산업단지. 멀리서보면 유리로 만들어진 최신식 건물이 들어서있는 것이 제법 산업단지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입구에서부터 무수한 잡초와 건축자재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덩그러니 서 있는 공장 하나는 여기저기 페인트칠이 벗겨진채 녹슬어있어 이곳이 산업단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두교산단은 제약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어느 중견그룹의 사업확장계획에 따라 추진된 곳이다. 약 5만6천㎡규모의 단지에는 당초 안성쌀을 재료로 한 쌀 가공공장 등이 들어올 예정으로 그룹이 42억원의 조성비용 전액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안성시 역시 1개 읍·면마다 1개 이상의 소규모산업단지를 조성,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 아래 대행청의 역할을 맡고 각종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그룹이 IMF 직후 부도가 나면서 안성시의 이같은 기대는 어긋나 버렸다. 지난 98년 5월 그럭저럭 부지는 완공됐지만 설비라인까지 들여놓은 공장은 가동도 전에 문을 닫았고 나머지 부지도 잡초와 건축자재만 쌓인채 지금까지 버려진 상태다.

최근 형편이 나아진 기업측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안성시로부터 단지소유권을 넘겨받아 분양에 나섰지만 저렴한 분양가(평당 30만원)에도 불구, 아직 단 한건의 분양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난개발은 또다른 난개발을 불러왔다. 지난 99년 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두교산단에 갖춰진 기반시설을 염두에 두고 바로 옆에 약 3천평 규모의 공장터를 조성하다가 2년전께 회사 사정으로 중단했다. 현재 부지공사가 진행되던 야산은 둘레 1㎞, 반경 200여m, 높이 40~50m가 잘려나간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현장에는 설치중이던 수만개의 철근이 휘어지고 부러진채 여기저기 널려 있고 이미 수차례의 산사태가 난 듯 3~4m의 소나무 수십그루가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있는 실정이다. 자칫 올 여름 큰 비라도 내리면 야산 하나가 송두리째 사라질 지경이다.

산업단지에 '매력'을 못느낀 중소기업들은 물좋고 공기좋은 야산으로 몰렸다.

이날 오후 편도 2차선 지방도로가 지나는 원곡면 산하리의 한 야산. 이미 10여개가 넘는 조립식 공장들이 들어서 있고, 굴착기와 대형 크레인으로 부지조성이 한창인 곳이 줄잡아 5~6곳에 이른다.

이곳에 들어선 수백에서 수천평에 이르는 조립식 공장들의 대부분은 석재나 페인트제조, 전자제품 사출 등 이른바 공해업종. 자체정화시설을 갖추고 허가를 받았지만 공장 뒤편에는 버려진 폐기물이 작은 산을 이루고 있고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폐수로 인해 주변 하천은 회색빛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공장 아래쪽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안성쌀'을 생산할 논 수천평이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당 면사무소 등 행정기관은 하나같이 “관련(하수나 정화)시설을 갖추지 않고서는 허가가 날 수없다”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