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내수침체에다 이라크전쟁의 영향이 겹치면서 경기불황을 호소하는 영세 상공인들의 목소리가 어느때보다도 높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상황에도 아랑곳없이 하루 걸러 한개씩 공장 숫자가 늘어나는 곳도 많다.
지난 4일 오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일대 한 마을. 아파트 붐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남양주지역이지만 이곳만큼은 공장 조성이 한창이다.
조립식 공장이 빼곡히 들어찬 마을은 도로를 오가는 수십대의 화물트럭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먼지로 바깥에서는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다. 대부분 창고나 버섯재배사 형태를 빌려 만들어진 공장들은 산 아래를 '점령'한채 산 중턱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남양주의 공장들은 주로 농지를 메워 들어서는 비율이 높았으나 최근 아파트 건설부지로 농지가 인기를 모으면서 이처럼 소규모 영세 공장들은 부지 구입이나 조성이 '손쉬운' 산림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로 공장신축을 위해 이뤄진 산림형질변경 허가건수는 지난 2000년 22건, 4만8천여㎡에서 이듬해 25건, 8만6천㎡로 소폭 상승했다가 지난해 54건, 19만8천㎡로 3년새 면적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남양주에서 한강을 건너 337번 도로를 타고 차량으로 30여분간 강변도로를 달리면 광주시 초월면 무갑리에 다다른다. 주변에 무갑산(해발 578.1m)과 관산(555.8m)이 기다랗게 이어졌고 논밭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하는 곳이다.
그러나 마을에 들어서면 공장을 오가는 중·대형 화물차와 대형 덤프트럭의 행렬로 흡사 공사판을 방불케 한다. 무갑산 자락을 파헤치고 공장이 들어서기는 이곳이 처음으로, 주민들은 산세 좋고 인심 좋은 이곳이 공장들로 뒤덮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마을에서 D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일단 공장이 들어오면 장사야 좀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저렇게 크게 산을 깎고 공장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성남에서 고개(이배재고개)하나만 넘으면 닿을 정도로 교통이 좋고 야산과 소하천(목현천)까지 있어 광주지역 최고의 전원주택부지로 인기를 모았던 광주시 회덕동 일대에서는 더이상 전원의 풍취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창고형 공장들이 줄잡아 50~60동에 이를 정도고 산 중턱으로 올라가면 판박이처럼 똑같은 모양을 한 조립식 공장들이 3~4개씩 들어서고 있다.
겉보기에는 조립식 창고 같지만 대부분 '○○정밀'이나 '△△화학' 등의 간판이 붙은 공장들에서는 기계에서 나는 굉음과 고약한 악취가 끊이지 않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최고의 전원주택부지였지만 현재는 공장숲에 가려 주택이 어디 있는지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회덕동을 지나는 소하천 '두새우개천'과 광주시내로 흘러가는 목현천은 거의 말라붙어 하천이라는 이름도 무색했고 그나마 각종 쓰레기와 폐수로 범벅이 돼 있었다.
3년전 이곳에 40평 규모의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온 함모(여·40)씨는 “자고 일어나서 창밖을 바라보면 공장 지붕이 3~4개씩 더 생겨났다”며 “공기 좋고 물 좋았던 곳인데 이제 완전히 버린 동네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상당수 공장이 창고를 세운뒤 편법으로 생산활동을 하고 있어 제도적 한계와 행정기관의 무관심이 환경파괴와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공장총량제 등으로 공장 신·증축에 제한을 받다보니 일부에서는 창고를 공장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만 해도 300여건의 신규 공장허가가 났는데 일일이 단속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난도질 당하는 국토 (6)] 남양주·광주지역-사라진 전원… 조립건물만 빼곡
입력 2003-04-08 00:00
수정 2021-09-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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