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청사진'을 통한 지역개발을 기대했던 주민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은 2001년 6월. 인천시가 송도신도시개발을 위해 송도미사일기지를 영종도 백운산으로 옮기려는 계획이 밝혀진 것이다. 주민들에게 또다시 충격을 준 것은 시와 군당국이 이미 1년 전(2000년 6월) 연수구 동춘동의 공군부대 미사일기지를 영종도로 옮기기로 합의하고 이전비용으로 모두 450여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지표조사까지 벌여 최종 후보지로 확정했다는 점. 군 작전상 이유로 해당지역 주민들이나 구청에서조차 모르는 가운데 극비리에 진행됐다고 한다.
영종도 주민들이 미사일부대 이전사실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시 당국에 분노하게 된 것도 그 때부터다. 이후 주민들은 '영종미사일기지이전저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를 상대로 투쟁을 벌여 왔다. 국회와 청와대,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정부를 상대로 청원을 내고 호소도 했지만 주민들의 울분을 달래주는 곳은 없었다.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인천시는 계획을 변경, 백운산에서 금산으로 미사일기지를 이전하고, 발사대도 예단포 인근 수악부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시는 주민특혜사업과 각종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수시로 안을 바꿔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시는 지난 10월23일 오전 4시 주민들이 잠자는 틈을 타 금산에서 미사일기지이전 공사에 들어갔다.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시는 공권력을 투입해 지역을 차단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시는 착공과 동시에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을 내놓았지만 아직 타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사가 한달여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 사이에선 조건부 수용론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금전적 보상, 주변토지 수용, 미사일기지 인근 지역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의 안건이 제시됐다. 그러나 시는 금전적 보상은 안된다는 원칙만 제시한 채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박동석 정무부시장과 주민대표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충안 마련에 실패한 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 시에 강력히 대처할 수 있는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달 25일 영종도 통장협의회, 부녀회, 미사일 대책위, 16개 도시개발조합이 모여 구성한 '영종발전협의회(영발협)'는 이날부터 본격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영발협은 미사일기지 공사중단과 공영개발반대, 영종·용유·무의지역의 개발행위 완화 등 3대 현안에 대해 공동 투쟁하기로 결의했다. 영발협은 3대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연대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건교부,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각 정당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로써 송도미사일기지 이전 논란은 절대불가 입장에서 공사 강행에 따른 보상문제 제시까지 접근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영발협은 이미 제시한 주민요구 3개안과 세부 10개항에 대해 시가 답변할 일만 남았다며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은 “시가 납득할만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만 남았을뿐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시가 금전적 보상이나 토지수용에 대해 간단히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산도 문제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도신도시개발을 위해 미사일기지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도 나름대로 대체 부지를 생각했지만 마땅한 터를 물색하지 못해 영종도를 선택했다고 항변한다.
시는 현재 주민보상과 이익제고 방안에 대해 주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어 일말의 희망은 남겨둔 상태다. 주민들은 절대불가에서 보상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시도 최대한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는 입장은 서로 확인했다.
양측 관계자들은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만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며 “어떤 사항을 양보할 것인지에 대해선 앞으로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넘기는 인천현안] 1. 영종도 미사일기지 이전(2)
입력 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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