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중국 당국이 무관심한 사이에 중국 어선들은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니며 '고기 도둑질'을 일삼고 있다.
우리 어민들의 조업이 사실상 금지된 NLL(북방한계선) 인근은 황금 어장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 어선들은 떼를 지어 몰려 다니며 어종을 싹쓸이 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어민들은 고기를 잡지 못해 올해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결국 성난 어민들은 스스로 중국 어민들을 쫓아 내겠다며 목숨을 내걸고 해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더욱이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한숨섞인 불만이 서해 5도 어민들 사이에 높아가고 있다.
◇중국 어선들의 교묘한 영해 침범 조업
꽃게 조업이 시작되던 지난 5월 초 중국어선들이 백령도 인근에 나타나 탐색 조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어민들은 어망 한가득 올라 오는 꽃게를 보며 부푼 풍어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러나 남북한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중국어선들은 NLL을 따라서 연평도 인근까지 접근해 조업을 벌였다. 9월이 지나면서 700척으로 늘어난 중국어선들은 연평도 앞바다를 뒤덮고 밤낮을 가리지 않은채 고기를 싹슬이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당수 중국어선들은 물러간 상태. 겨울로 접어들어 조업을 사실상 중단해야 하지만 일부 중국어선들은 아직도 남아 밤에 불을 훤히 밝힌 채 고기를 건지고 있다는 게 백령, 대청 어민들의 얘기다.
◇어민들의 분노 폭발
연평어장까지 진출해 어종을 싹쓸이하는 중국 어선을 먼발치로 바라만 보고 있던 이 지역 어민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지금까지 남북간 대치 상황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감수해 왔던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까지 영해를 침범해 어장을 황폐화시키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교묘하게 영해를 침범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정부 당국에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지난 10월24일 연평어민 300여명이 배를 끌고 나가 중국어선을 몰아내는 목숨을 건 해상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불신하고 있는 어민들은 내년에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스스로 중국 어선들과 무력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해 5도서 어민들의 피해
연평어장은 꽃게와 광어, 농어, 복어 등이 주어종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어획량이 30%로 크게 줄어들었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으로 어장이 황폐화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어민들이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어류 산란장소로 어족이 풍부한 이 지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쌍끌이, 외끌이 가릴 것 없이 무차별로 남획을 일삼는 바람에 내년 어획량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어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해군과 해경의 단속
어민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해경과 해군 등에서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이들은 지금까지 연평도 인근 NLL에서 조업을 일삼던 중국어선 122척을 붙잡아 이 중 선장과 항해사등 88명을 구속조치했다. 이들은 또 중국어선 28척에 대해 5억7천만원의 담보금을 받고 퇴거 처리했으며 6척을 억류하고 있다. 수치상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해경측은 지금까지 선장만 구속하던 관례를 깨고 항해사까지 구속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어민들의 요구와 대책
서해 5도 어민들은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대출자금 이자를 면제하거나 부채를 탕감하는 등 금융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어장확장과 조업일수 연장과 같은 전향적인 정책도 정부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국어선들이 우리 영해의 침범을 막기 위해선 백령도와 북측 장산곶 사이에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어민들의 얘기다.
옹진군 관계자는 “어정쩡한 정부의 태도가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을 키웠다”며 “관련국들과 협의해 중국어선들의 영해 침범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로 중국 어선들의 영해 침범 개연성이 높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정부 당국자들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해넘기는 인천현안] 6. 중국어선 싹쓸이 조업(2)
입력 200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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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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