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0월21일 시교육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규 중·고등학교 과정을 개설했다. 현재 900여명(중등반 400명, 고등반 500명)의 늦깎이 학생들이 밤낮으로 학업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40~50대. 대부분이 한평생 가슴속에 '배움의 한'을 품고 살다가 뒤늦게나마 학업에 뛰어든 주부·직장인이다.
이 학교에서 도덕과목을 가르치는 김성자(42·여) 교사의 부모도 성인반 중학교 과정에 다니고 있다. 최우숙(42·여) 교감의 시어머니 역시 이 학교 학생이다. 성인반 재학생들은 국어·영어·수학 등 인문과정 뿐 아니라 미술, 체육, 음악 등 전인교육도 받고 있다. 또 정규 수업 이외에 미용, 제과·제빵, 컴퓨터 등을 수강하고 있다. 요리, 스포츠 댄스, 영어회화, 꽃꽂이, 십자수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접할 수도 있다.
이 학교는 헤어디자인(미용)과, 정보처리과, 인문반 등의 학과에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느껴보지 못했던 학창시절의 감정을 새로 불러 일으키고,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경험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최 교감은 “자식을 가르치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배움마저 포기해야 했던 우리의 어머니들이 못다한 배움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헤어디자인과는 피부관리실, 메이크업실, 헤어실습실을 갖추고 있다. 미적 재능과 독창성을 지닌 최고의 미용인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수강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을 100% 딴다. 헤어숍 취직은 물론 서울보건대, 경인여대, 영동대학교 등 미용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졸업생도 다수다.
정보처리과는 범프로젝트·스크린을 비롯 최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를 완비하고 있다. 졸업생들은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 등의 자격증 취득에 필기시험이 면제된다. 타 실업계고교에 비해 명지대·중앙대·시립인천대·충남대 등 대학 진학률도 높은 편이다.
남인천 중·고교는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상의 교육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각 교실에 냉·난방시설을 설치해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겨울에는 따뜻한 온풍기가 작동된다. 또한 운동장 옆 화단과 정원을 아름드리나무와 각종 꽃들로 아름답게 꾸몄다. 각 층마다 정수기와 음료자판기도 설치돼 있다.
특히 500여명의 학생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대강당은 향후 학생들의 특기 활성화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수업료도 저렴한 편이어서 재학생들의 경제적인 부담도 덜어준다.
의무교육인 중학교 과정은 수업료가 전액 무료다. 고등학교 수업료도 45만원 가량으로, 다른 학교보다 싼 편이다. 남인천 중·고교의 남다른 점은 3년 과정을 2년만에 마친다는 점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부·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시스템 때문이다. 1년 3학기제로 2년만에 학업을 이수,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부족한 수업일수를 보충하기 위해 방학을 줄였다.
신입생을 뽑는 입학전형도 일반 학교와 다르다. 일반 학교에 가려면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고 내신성적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학교는 이런 것들이 필요 없다. 졸업장이나 검정고시 합격증만 있으면 누구든지 지원이 가능하다. 입학시험 역시 따로 보지 않는다.
남인천 중·고교는 2005년도 신입생 입학원서를 선착순으로 교부 중이며, 입학·편입 희망자는 내년 1월3~7일까지 학교 3층 교무실에 관련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윤 교장은 “초등학교 밖에 못 나온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배우겠다는 의지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남인천 중·고교는 지난 1984년 7월 남인천새마을실업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남인천실업학교, 남인여자상업고등학교 등을 거쳐 남인천고등학교로 개명하게 된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요동대학교와 연합교학 협정을 체결했다.
[인터뷰] 윤국진 남인천 중·고등학교장
“배움은 아무리 늦어도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배움의 기회를 놓쳤거나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남인천 중·고등학교 윤국진(60) 교장은 누구보다도 못배운 설움을 잘 안다.
13살 때 충청도 두메 산골에서 인천으로 올라온 그는 신문배달·구두닦이 등을 해 가며 야간 중·고등학교를 어렵게 다녔다.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