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 생태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생태보전, 생태파괴, 생태적인 삶…. 생태란 무엇일까? 어떤 이는 우스갯소리로 동태보다 비싸고 맛있는 생선을 말하기도 한다. 생태는 살아있는 생물과 그 주변환경을 통틀어 말하고 있다. 생명과 환경을 하나로 묶어 표현한 것이다. 둘은 나눌 수 없는 관계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
21세기의 중요한 대화 머리말(화두) 중 하나가 바로 생태라고 한다. 각 나라와 지방 정부에서도 생태복원, 생태하천, 생태공원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수원에 오수가 흐르던 수원천이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만들어져 각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모범적인 하천복원 견학장소가 된 것은 유명하다. 군포와 의왕시에서 만들고 있는 생태학습장 또한 생태 흐름의 사례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생태맹이란 말이다.
컴퓨터를 못하면 컴맹이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태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을 생태맹이라 한다. 컴맹은 컴퓨터를 몰라도 사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생태맹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의왕시 청계동에는 개구리를 보호하는 논이 있다. 해마다 봄철이면 개구리를 보러 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찾아온다. 한번은 서울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아빠와 함께 개구리를 보러 왔다. 개구리 논 주변을 돌아다니던 아이가 논두렁에 있는 널빤지를 들어보았다. 그 밑에는 밤새 개구리를 잡아먹고 쉬고있는 길이 1m30짜리 능구렁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널빤지 밑에서 커다란 능구렁이가 나오면 기겁을 하여 도망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아이는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빠에게 태연스럽게 하는 말이 “아빠 이것 좀 보세요. 지렁이가 왜 이렇게 커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붉은 능구렁이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이에게서 나온 말이다. 빨갛고 기다란 것은 지렁이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아이를 생태맹이라 부른다.
이것보다 더한 일도 있었다. 서울의 모 중학교 학생들이 남한산성으로 가을소풍을 갔다. 자유시간에 밤을 따려고 한 아이가 나무를 주워 들었다. 그런데 그 나무라고 생각한 것이 위장하고 있던 살무사였다. 그 아이는 살무사에게 물려 생명까지 위험했다 한다.
생태맹(ecological illiteracy)은 생태학적 지식의 결여나 자연 해독능력의 결여를 암시하지만, 실제로 그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생태맹은 오히려 천부적으로 물려받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감성의 결핍을 뜻하기도 한다.
생태맹을 극복하면 먼 곳을 내다본다는 천리안을 가질 수 있다. 강원도 산골마을 노인이 정자그늘에 누워 경기도 팔당과 인천 강화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참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두 개라 여러 박자로 울음소리를 낸다. 그러다 위험상황이 되면 한 박자로 소리를 지른다. 이 소리가 크고 앙칼지면 큰 뱀이 나타난 것이고 작으면 작은 뱀에게 물린 것이라 한다. 개구리 소리에 대해서 잘 아는 노인이 낮잠을 즐기다 갑자기 개구리 소리가 한 박자로 나는 것을 듣고는 '아! 이 정도면 능구렁이에게 물렸겠구나'라고 생각한다. 능구렁이가 나타나는 시기에는 팔당 여울목에 두우쟁이란 맛좋은 물고기가 올라온다. '아, 그곳 어부들은 두우쟁이를 잡기 위해 세모래덩굴로 그물을 짜고 있겠구먼…팔당에 두우쟁이가 올라올 때 강화도에는 꽃게가 알을 품어 맛이 최고로 좋지. 허허, 강화도 사람들 밤에 횃불 들고 꽃게 잡으러 가기 위해 바쁘겠구먼…알밴 꽃게탕 참 맛있지.' 강원도 산골마을 정자그늘에 누워서 지긋이 눈을 감고 팔당 어부들의 생활을 훤히 내다보고, 강화도의 꽃게잡이 횃불을 생각하며 꽃게탕 맛을 볼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천리안이다. 천리를 내다보는 희한한 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생태적인 감수성으로 연상작용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이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혹시 천리안을 갖고 싶지 않으신지요, 생태맹 극복은 천리안을 갖는 지름길입니다. <류창희 (자연생태연구소 '마당' 소장)>류창희>
'生態盲' 극복 千里眼 갖자
입력 2002-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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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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