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앞 전광판이 '월드컵 D-365일'을 번쩍이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D-60일’로 바뀌었다. 4년마다 연 42억의 지구촌 인구들이 열광하는 FIFA 월드컵 축구대회를 처음으로 아시아에 이끌고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열게 되었으니 생각할수록 감회가 크다. 일본과 같이 공동 개최하는 21세기 초 세계 최대 축제이니만큼 꼭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바라는 마음 더욱 간절해진다. 잘만 치르게 된다면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 발전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한·일간의 우호 협력과 세계평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월드컵 개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따지기 전에 우리는 당면한 월드컵을 꼭 성공시켜 진정한 선진화를 갈구하는 한국의 위상을 세계속에 더욱 확고히 자리잡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 연말 부산에서 FIFA의 조추첨 행사에 이어 연초 서귀포의 환상적인 경기장 개장 행사를 마지막으로 FIFA 월드컵 역사상 최다의 최신 최고 시설을 갖춘 경기장이 우리나라에만 10개나 등장했다. 각종 부대시설과 교통, 다양한 숙박 시설도 갖춰졌고 통신과 보도진들을 위한 설비는 단연 우리가 최고 수준이다.
2002년 한국 유치위원으로서 94년(미국), 98년(프랑스) 월드컵 행사장등을 직접보고 누비던 필자는 우리의 준비상태가 단연 역대 FIFA 월드컵 사상 최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4월에는 본선 참가국의 유력 언론인들이 대거 방한, 우리의 손님맞이 상태를 취재하여 전세계에 낱낱이 보도할 것이다.
5월 31일 역사적인 개막행사와 프랑스-세네갈 개막 전에 앞서 30일에는 어느 월드컵보다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전야제 행사들이 한강변 일대에서 일제히 막을 연다. 그리고 28일에는 FIFA 총회가 열리며 신임 회장 선출 등 FIFA의 중요한 행사들이 모두 서울에서 열리게 된다. 일본보다 물가가 싼 것도 외국 손님들에게 편안함을 줄 것이고 우리 경제 사정이 안정, 성장기에 있고 월드컵을 성공시키겠다는 국민적인 열성도 이웃에 비하여 높다. 88서울올림픽 때 쌓아올린 경험에다 최신장비와 훈련으로 잘 대비하고 있는 대 테러, 훌리건 전문 요원들과 안전 조직도 갖추어졌다.
1주일 전 한·일 정상도 월드컵의 성공을 재다짐하며 다시 회동한 바 있다. 한·일 양국의 조직위 관계자들은 지난 ‘D-100일’때부터 사실 월드컵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자신과 각오로 마지막 점검에 임하고 있다. 필자도 월드컵 홍보·관광 유치 사절단장으로 지난해 10월에 이어 한달여 전에 우리나라에서 예선전을 치르는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3개국을 순방해 축구 강국들의 언론·스포츠·여행사 대표들과 우리 교민들에게 지구촌 최대의 축제 준비가 완료돼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필자는 월드컵이 개최되기까지 여러 일을 겪었다. 8년전인 94년 1월 18일 막 발족한 월드컵 유치위의 집행위원으로서 아벨란제 당시 FIFA 회장을 그의 리우 사무실로 방문해 2002년 월드컵의 한국 개최를 열렬히 호소했다. 이후 한·일간의 치열한 유치 경쟁과정에서 일본 쪽으로 기울어졌던 아벨란제 회장을 95년 8월 세계청소년대회가 진행 중이던 남미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의 호텔 방에서 정몽준 부회장과 같이 탁상을 쳐가며 FIFA회장이 'Fair Play'할 것을 강경히 요구, 이른바 개최지 조기결정 음모를 무산시켰던 일도 있다. 그리고 96년 5월말 한·일 공동개최로 결정이 될 때까지 남미 대륙은 물론 세계 도처의 FIFA 관련 모임 등에서 일본 유치단을 따돌리면서 개최지 결정에 투표권이 있는 FIFA 집행위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까지 집요한 접근과 설득을 하던 날들을 회상하면 이번 월드컵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의 가능성과 저력을 만천하에 발휘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웃 일본의 성공도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복형 (중남미문화원장·월드컵 조직위원)>이복형>
눈앞 다가온 월드컵
입력 2002-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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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3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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