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경쟁이 삶의 곳곳을 초토화하고 있다. 광고전쟁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공간은 거리와 도시의 건축물이다. 경쟁적으로 대형화되고 있는 간판과 온갖 광고물들이 도시전체를 뒤덮어 가고 있다.
건물을 비롯한 보도와 육교나 고가도로, 펜스와 전주, 버스와 전철의 내부에 이르기까지 온갖 광고물들이 점유해 시민들의 눈을 자극한다. 거리의 광고물들은 보행권이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나의 광고물이 대형화되면 주변의 광고물들도 덩달아 대형화하고 더 자극적인 색채를 사용하게 된다. 광고물 대형화의 악순환으로 이익을 얻은 것은 오직 광고물 제작업자 뿐이다.
광고물 제작비의 증가는 광고주의 경영 부담인 동시에, 그것은 상품가격에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광고물 대형화 경쟁은 광고 효과는 감소하는 반면 도시미관을 훼손시키고 시각공해를 유발하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광고경쟁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또 다른 현장은 언론매체이다. 공공적 기능을 소리높이 외쳐온 중앙일간지들의 광고 행태는 실로 후안무치다. 지금처럼 지면의 반 이상이 광고로 구성되어 있는 매체라면 '신문'이 아니라 차라리 '광고전단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들은 변형광고(기사형 광고나 광고성 기사)로 전면을 채워 독자들을 호도하기도 한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상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언론매체의 광고가 소비자의 매체 수용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광고의 과잉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정보공해와 시각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신문은 다른 나라에 비해 광고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신문사가 독자의 구독료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8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독자를 위한 신문이 아니라 광고주를 위한 신문이 될 수밖에 없는 괴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매체가 가져야 할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고 신문사의 모든 관심은 광고지면 판매에 집중되어 있다. 질 높은 기사를 위한 광고, 독자의 선택기회 제공을 위한 광고가 아니라, 광고를 위해 기사가 작성되고 신문이 제작되고 있는 형국이다. 신문의 기사가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킨 다음 최종 목적지인 광고 면으로 유도하기 위한 '삐끼'에 불과하다고 비난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광고 단가를 높이기 위해 발행 부수를 늘려야 하고, 그러자니 무료배포나 무단투입후 구독료를 신청하는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더 많은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서는 지면을 늘려야 한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판촉물 살포와 같은 불공정거래도 서슴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중앙일간지들의 증면 경쟁으로 일일 40면에서 48면을 발행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영세한 지역신문이나 지방신문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질 높은 기사로 신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양심적 언론이나 영세한 지방언론이 생존할 여지는 없어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 셈이다.
언론시장이 경쟁에서 살아 남은 소수의 중앙일간지로 독점화되면서 왜곡보도가 늘고 여론형성을 그르치면서 지역신문의 의제설정능력은 현저히 저하하게 된다. 이러한 독점의 폐단은 고스란히 독자들과 사회로 귀결된다.
한편 종이신문의 광고전단화 현상과 저질보도는 결국 신문자체의 역할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독자들에게 버림받게 되는 부메랑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영상매체의 영향력이 종이신문을 비롯한 인쇄매체의 영향력을 압도하고 인터넷 매체와 같은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독자들이 친숙한 인쇄매체라는 환경을 버리고 인터넷 매체로 집중되는 현상의 배경에는, 기존의 언론들이 다양한 가치관과 독자의 욕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매체에서 정보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지금처럼 인터넷 매체로의 급격한 이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를 위해서, 그리고 언론의 공공적 기능 회복을 위해 광고경쟁의 악순환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김창수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광고경쟁의 악순환
입력 2003-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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