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여 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의 경제성장은 외형적 성장에 비해 충동적이고 과시적인 소비행태가 시민들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잡도록 부추겨왔다. 또 정부의 경기진작 및 세금확보를 위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및 신용카드 회사들의 회원확보를 위한 과당경쟁은 시민들의 비합리적인 신용카드 사용을 부추기는 동시에 20~30대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을 신용불량자의 나락으로 내몰아 자살이나 강도 등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각종 경비와 학원비, 교육세 그리고 문화 및 여가활동을 돕기 위한 용돈을 지급하고 있다. 가히 그 정도가 부모의 허리를 휘게하는 제일 큰 요소라 하지 않던가. 돈은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잘 하라고 가르치거나,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 그때그때마다 용돈을 지급해 주는 것으로 어른들의 '체면'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올바른 소비교육이 될 수 없다. 잘못된 신용카드 이용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문제 만큼, 공부 잘하기 등 부모가 원하는 일을 할 때마다 용돈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풍토 역시 청소년들 스스로 용돈을 계획적으로 조절하며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는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단 번에 부자로 만드는 주식, 땅 투기, 그리고 복권 등이 화려하게 조명을 받는 대신, 그 동안 우리 경제를 탄탄하게 키워왔던 '저축'의 중요성은 사라져 가고 있다. 최근 '청소년 용돈사용 수기공모전'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용돈사용 내역을 보면 즉흥적인 군것질과 문화활동비로 대부분을 사용하고 저축을 하는 청소년들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웃사랑,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의 많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용돈내역에서 수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금'에 용돈을 사용한 내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돈을 얼마나 벌까'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돈(용돈)을 어떻게 적절하게 나누어 쓸 것인가'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한 시기이다. 청소년에 대한 '용돈사용교육'은 우리 경제를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도록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청소년의 군것질이나 문화활동비 지출에 대해 '낭비'로 터부시하거나 돈을 쓰는 것은 나쁜 것으로 절약만을 강조하는 어른 및 학교교육, 또 최근 우후죽순처럼 시도되는 '어린이를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얄팍한 상술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한 달 용돈사용계획인 예산을 짜고, 그 계획을 부모님께 이야기해 받은 한 달 간의 용돈의 사용내역을 용돈기록장에 작성, 예산과 실제 사용한 내역을 비교, 평가해 보도록 하는 훈련은 매우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소비자교육이다. 이 활동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돈과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교환하면서 얻는 기쁨과 행복을 키워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의 소비를 위해 저축을 결심하거나 부모 또는 주위의 친구,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맺음을 위해 '선물'이나 '기부'를 계획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돈'은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물동이가 새는 줄 모르고 돈을 버는 데만 급급한 우리의 일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허약한 경제체질, 불투명한 회계처리 관행, 구조적 피해가 아닌 고의 혹은 비도덕적 남용으로 생기는 신용불량자 문제 등이 가볍게 처리되는 것은 '돈 쓰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체계적인 시민교육이 자리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돈 쓰기'를 체계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명(수원 YMCA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