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특별법'이 참석위원 15인 중 필자를 포함해 단 2인을 제외한 모든 위원이 찬성함으로써 통과되어 본회의에 회부됐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 법에 대한 찬성입장을 당론으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건교위원회의 경우 수도권 출신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통과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이 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현재 정부측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첫째, 국민적 합의를 이룰 절차가 없었다. 이 법에서 이전하는 수도의 명칭을 단지 '행정수도'라고 함으로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엄연히 국가의 핵심기능을 이전한다는 측면에서 천도(遷都)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또는 정치권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거론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우선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현재 표면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지역은 이전 예정지인 충청권이며 반대하는 측은 경기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그 외의 지역은 입장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국가적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이므로 국민들의 전체 의사를 확인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둘째, 수도이전은 장기 국가 전략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이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두가지로서 '분단상황에서 통일에 대비하고 있는가?', '반도 국가로서 대륙과 해양 양면으로의 발전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가?' 등이다.

이 중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분단상황의 종식에 대한 의지의 표현 문제이다. 즉 수도 이전 문제는 통일이후 남북간 민족 통합과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중대한 기능적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통일은 분단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우리 민족의 기본 목표이자 지고지선한 과제이며 남북 화해 및 포용정책의 목적이다. 만일 이 시점에서 수도 이전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남북 민족통일을 포기한다는 의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으며 남북 화해 및 포용정책을 부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셋째,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취해졌던 각종 규제의 해제조치가 선행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가 이루어져 왔다. 대표적인 악법인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른 공장총량제에 의해 공장 증설이 허용되지 않음으로써 많은 기업들이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고 이에 따라 산업공동화, 고용감소 등의 악순환을 겪고있다.

더구나 경기 남동·북부 지역에 상수원 보호구역·자연보전권역 지정 등 중첩 규제로 인해 4년제 대학 하나 설립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편의주의적 행정일 뿐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 수도를 이전하겠다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취해졌던 각종 규제와 악법을 즉각 폐기해야할 것이다. 이 외에도 수도 이전에 드는 예산충당의 준비 부족과 허점, 이전 대상기관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등 수없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신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특별법'은 분명 잘못된 입법이다. 아울러 이 법안에 대해 당론으로 찬성 결정을 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제라도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여 본회의 과정에서 부결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이희규(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