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우리사회의 인권과 사회복지에 관련한 자료를 찾고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한국사회는 성별, 학력, 지역, 외모, 나이, 인종차별이라는 6대 차별 때문에 발전하기 어렵다”라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이 중 소위 '3대 차별’이라 일컬어지는 성차별(sexism)은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적 노력과 더불어 관심이 이어지고 있고, 인종차별(racism)도 외국인 노동자 처우 등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점차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반면, 나이차별 혹은 노인차별과 관련한 이슈들은 그 중요성에 비하면 아직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나이차별주의(ageism)는 1969년 미국의 노년학자인 로버트 버틀러(Robert Butler)에 의해 제창된 용어로 나이로 비롯된 특정연령집단에 대한 편견(prejudice)이나 차별(discrimination)을 의미한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의 편견이나 차별을 지칭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므로 노인차별주의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노인차별적인 현상은 노인과 관련된 사회문제의 발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노인차별은 여타의 차별과는 달리 누구나 차별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으며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의학기술의 발달로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비공식적 지지망의 약화와 사회일반의 가치관의 변화는 노인지위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의식은 일반적으로 산업사회에 들어와 시장중심의 경제체제가 발전하면서 노인들의 전통적인 지식이나 기술에 대한 효용가치가 줄어들고 특히 젊음을 중시하는 사회적 조류(youth-oriented society)에 편승하여 노인 개개인의 다양성, 자질 및 장점 등을 부정함으로써 만연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각종 대중매체에서 노인이 우리사회에서 겪게 되는 각종 어려움, 특히 노인의 일자리와 관련된 어려움이 특집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는 이제 노인차별이라는 이슈가 우리사회에서도 서서히 관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차별은 비단 일과 관련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도처에서 만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령으로 인한 신체적 상황과 관련해 일어나는 각종 차별과 사회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최근 몇몇 연구에서 보고 되고 있다. 노인차별현상이 우리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 노인의 대다수가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 있어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고 그 양상은 다를지라도 그 수준은 구미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사회의 노인차별을 해소 혹은 완화를 위하여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나 스스로 노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세대간 교류프로그램 등의 실시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능력을 재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그리고 노인과 노화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교육, 자원봉사나 재취업훈련 등 노인의 사회참여를 위한 사회적 노력, 여성운동이나 인권운동처럼 노인의 권익보장을 위한 활동지원, 노인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법적 및 제도적 장치의 마련, 대중매체의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또한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불합리한 사회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올바로 이해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지극히 당연한 민주시민으로서의 덕목이라 하겠다. /김욱(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