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 부모의 꾸지람, 학교부적응 등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접했다. 어제는 고교생 다수가 참여한 자살학생 추모제와 입시위주교육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취업, 이성교제의 실패로 인한 자살 혹은 실직이나 사업실패에 따른 생활고, 가정불화 등의 이유로 가장이나 온 가족이 동반자살하였다는 소식도 접하곤 한다. 이런 소식은 가끔씩 접하는 유명 기업가, 공직자, 연예인 등의 자살소식에 더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자살(suicide)은 라틴어 sui(self-스스로를)와 caedo(kill-죽이다)의 합성어로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또는 '자기살인’으로 정의한다. 자살은 어느 사회에서든 예로부터 있어왔고 그 원인과 관점이 각 나라마다 시기마다 변해왔다. 문제는 과거의 자살이 주로 개인의 문제로 다루어진 반면 오늘날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지며 우리사회의 자살률이나 자살증가율이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데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연간 1만1천여명이 자살로 사망해 매일 30여명, 매45분에 1명꼴로 자살하고 있다. 지난 93년 사망원인 9위이던 자살이 2003년에 5위로 상승했고, 특히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1위, 10대의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또한 자살사망률이 최근 20년간 연평균 5%정도씩 증가하여 2002년 기준 OECD 국가 중 자살사망률 4위, 자살증가율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패터슨(Patterson)은 자살기도 관련요인으로 알파벳 첫 자를 딴 'SAD PERSONS'를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별(Sex)에 있어 남성이, 연령대 중(Age) 20세 내외나 70세 이상이 고 위험 집단이고, 우울증(Depression)이 잠재적 원인이 된다고 한다. 또한 자살시도경험(Previous attempt), 알코올과 약물남용(Ethanol abuse), 합리적 사고의 상실(Rational thinking loss), 사회적 지지 결여(Social support lacking), 질병(Sickness) 등을 잠재적 요인으로 보았다. '자살론’으로 유명한 뒤르켐(Durkheim)은 자살동향을 개인의 심리생리학적 요인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해 자살을 하나의 사회병리현상으로 보고 자살의 사회구조적 요인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사회에서 자살이 급증하는 현상을 크게 생물심리학적 요인과 사회구조적 요인으로부터 찾을 수 있고, 80%정도는 우울증을 거쳐 자살에 이르게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자살시도 전에는 다양한 형태로 주변사람에게 일상행동의 변화를 통해 자신에게 관심과 도움을 줄 것을 직간접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거나, 평상시 좋아하던 물건이나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든지 하는 등의 징후를 보인다.
자살방지를 위해서는 공식 혹은 비공식적 사회적 지지망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임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친구, 이웃의 시의적절한 정서적 이해와 공감, 지지,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와 자원의 제공 등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살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를 버리기 위한 지속적인 캠페인, 교육 등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껴안을 수 있는 사회적 노력 또한 절실하다. 자살은 비단 당사자들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데 어려움을 주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공교롭게도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다. 라틴어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현재를 사랑하고 즐기라'는 표현을 이 아름다운 계절, 가정의 달에 함께 더불어 살며 음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욱(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자살과 사회적 지지
입력 200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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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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