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아파트) 문제로 인해 바람 잘 날이 없다. 8·31 부동산 대책을 무색케 하는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강남지역 아파트 값의 폭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3·30 후속대책이 교육·금융·노동계 등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면서 연일 신문과 미디어의 초두를 장식하고 있다.

이같은 부동산 문제들은 아직 주거를 소유하지 못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데에 따른 근본적 원인의 탓도 당연히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만도 않은 듯 하다. 투자의 개념 혹은 사회적 한탕주의 덕분(?)으로 많은 여유자금들이 주택시장으로 몰려 들면서 비롯된 부동산 문제는 정상적이고, 열심히 생활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선 그것 만을 탓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에 대한 자율적인 조정능력이 우리의 시장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항상 문제가 일어날 때는 대부분 정부가 개입해 무마하려고 했다. 단기적 대응의 정부 시장 개입이 연속되면서 결국 시장은 자율적 조정능력을 상실했고,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져 점점 치유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가 문제를 바라보는 해결방법 또한 근시안적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나간 정부와 그들이 행해왔던 경험-항상 자기의 정부에서, 자기의 시대에 그 결과를 도출하려고 했던-이 있지 않은가? 주거문제는 그 근본적 가치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 대응으로는 일시적인 조정작업은 가능할지 몰라도, 근원적인 문제는 절대 치유할 수 없다.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공유하는 우리의 삶은 항상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항상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 플랜을 수립해 이끌고 가야 한다. 그 플랜은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 비전을 담아야 한다. 설령, 우리 세대에서 그 꿈이 이뤄질 수 없을 지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며 참고 기다릴 수 있도록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또 작금의 사회적 현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다수의 서민들과는 별 관련이 없음을 알게 된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동안 여유자금을 저축해도 만들기 불가능한 고급아파트에 대한 이야기가 왜 이 사회 주거 정책의 커다란 이슈가 되는 것인가 이해하기 힘들다.

6억, 10억 이상의 주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을 인정하고 그들이 사회에 또다른 공헌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에 대한 기본정책은 사회 대다수의 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보편성의 문화에 기준을 둬 마련돼야 한다. 정부와 이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매스미디어들도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지독히 심하게 버블경제의 붕괴를 겪었지만 10년이 넘어선 현재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전례에 비추어 보면, 작금의 우리 상황도 위험에 처해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건설단가, 분양가격, 물가동향 등의 움직임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될 것은 일본의 서민에 대한 주택정책은 그 때나 지금이나 커다란 변화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주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연히 주거문화의 질에 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건축가들의 반성도 필요하다. 그저 시행사의 지시대로 서민들은 꿈도 꾸지못할 고급 아파트를 만들어 파는 행위도 필요하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이 적절한 가격에 양질의 주거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도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주거와 관련된 공공기관들-주택공사, 토지공사 등-과 대규모 설계사무소의 의식전환이 절실하다.

/이 두 열(경희대 건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