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불러나온 '똥배'를 볼 수 있습니다. 안사람이 나온 배를 가리키면서 이게 뭐냐고 물으면 “이건 인덕이야~”라고 눙치면서 얼른 숨을 들이 마시고 배에 힘을 줍니다. 나온 배를 감추려는 얄팍한 술수지요. “배가 나오면 인덕(人德)이 쌓인 것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 것입니다. 그럼 정말 똥배는 인덕인가요?
최근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비만을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의 하나라고 발표했고 심지어 비만 치료를 받을 경우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선진국가에서 비만은 심각한 사회·건강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회 및 경제 발전은 풍요로움 외에도 '비만'이라는 무서운 저주를 가져왔습니다. 비만은 대사증후군의 일환으로 무서운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이란 비만, 고혈압, 내당능장애 또는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여러 대사질환들을 보이는 상태를 말하며 심혈관질환(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의 위험인자 입니다. 비만은 대사증후군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위험한 요소이며 비만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발병하게 됩니다. 비만은 성인병 외에도 담낭 질환, 수면중 무호흡증, 퇴행성 관절염, 요통, 통풍,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불임, 태아 기형 등과 관련 될 수 있습니다.
한번은 어떤 분께서 필자에게 “난 배가 조금 나왔지만 체중은 많이 안 나가서 비만은 아니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만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만 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복부비만' 입니다. 체중은 많이 나가지 않더라도 복부에 비만이 집중 될 경우 위험합니다. 복부비만은 복강(腹腔) 내(內) 지방의 양이 많은 상태를 말하며 이 지방으로 인해 대사증후군이 발현됩니다. 실제로 대사증후군을 진단할 때 비만의 기준을 '체중' 보다는 '배 둘레'로 가늠하고 있습니다. 동양인 성인 남성의 배 둘레는 90㎝ 이상, 성인 여성의 배 둘레는 80㎝ 이상이면 '위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배 둘레가 5㎝씩 증가를 할 때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은 배가 됩니다.
매일 끼니 걱정을 하던 시절, 하루 세끼 식사를 잘하고 매일 앉아서 책을 보던 양반네들은 분명 복부 비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똥배가 풍족과 부유의 상징으로 비춰졌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인덕을 갖춘 선비로 평가를 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이상 똥배는 인덕이 아니며 오히려 건강의 적신호 입니다.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 팔 다리는 가늘면서 배만 나왔다면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야 합니다.
복부비만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외에는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필자도 인덕(똥배)을 줄이기 위해 한동안 멀리하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비만의 진단은 성별과 키와 체중에 의해 결정 됩니다. 현재 자신의 체중을 자신의 키(m로 환산한 수치)의 제곱으로 나누면 신체 질량지수를 알 수 있습니다. 신체질량지수 (Body Mass Index·BMI)=현재체중(㎏)/키(m)제곱. 이 BMI 수치가 18.5~23 정도라면 정상이지만 23~25라면 '과체중', 25~30이면 '비만'이며 30이 넘어갈 경우 '중증 비만'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표준 체중도 남자는 자신의 키(m)의 제곱에 22를 곱한 수치가, 여자는 21을 곱한 수치가 표준 체중이 됩니다. /강한욱(한림병원 내과과장)
'똥배'는 정말 인덕인가?
입력 200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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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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