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드디어 1천원고지 무너지다’.

조만간 우리의 신문지면을 장식할 문구가 될지 모른다.
 
작년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하락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11월부터는 1천100원선조차 무너지기 시작하여 올해 들어선 급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며칠 전에는 1천원선이 무너져 원·달러 환율 900원대 시대가 도래하는게 아닌가 하는 섣부른 전망을 낳기까지 했었다.
 
IMF 이후 근 몇 년간 장기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위안이자 희망은 수출의 호조세였다. 작년에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보였던 우리경제는 내수경제가 바닥을 보이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수출이라는 효자 덕분에 3~5%대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가 있었다.
 
그러나 작년 11월부터 두드러진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업체의 목을 조이는 상황을 만들었다.
 
올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수출업체 300군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 중 절반 이상(53.7%)이 원·달러 환율의 급락으로 인해 환차손이나 주문 취소 등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사례를 보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막대한 환차손을 입었다는 기업이 조사대상 기업 중 41%에 달했고, 출혈수출을 경험한 경우가 20.2%,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인해 경쟁 외국업체와의 수주경쟁에서 밀린 피해사례가 17.6%, 기타 수출계약을 취소하거나 신규 수출주문을 포기한 경우가 11.9%나 되었다.
 
이처럼 원·달러환율의 급락은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과 내수경기의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고투하던 수출업체들의 노력 자체를 무의미하게 하고 있다.
 
원·달러환율이 10원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달러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10원 하락했음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며칠 전 잠시이긴 하지만 환율이 900원대로 급락했을 때 삼성은 올 경상이익을 1조원 이상 낮춰야 한다는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선물환거래, 통화옵션, 통화스왑 및 환율변동 보험 등 다양한 환위험 관리기법을 통해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규모나 여건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 수출업체는 수출을 할수록 회사의 손해가 늘어나는 현실을 한탄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출혈수출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소업체들은 더 이상 버틸 힘조차 없는 실정이며 한계에 이른 듯 싶다.
 
최근의 국제정세와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달러약세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의 해소차원에서 달러화 약세국면에 대해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를 보일 것이고,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중국의 위안화 가치의 절상 역시 중국이 쉽게 고정환율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정부와 기업들은 환위험 관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 노력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의 기업들은 환위험의 인식과 관리에 있어서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환율이 하락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위기의식을 가지고 환 리스크 관리를 했다면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상당히 자유로웠을지도 모른다.
 
정부 또한 환 리스크는 기업의 위험 부담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서 알아서 관리해야 된다는 식의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험도 없고 또한 환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언지도 모르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환차익 손해를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그들의 흘린 땀이 너무 소중하며 또한 그들이 무너졌을 때 우리 경제가 입게 될 손실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하루빨리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환차손을 줄일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 /김광열(관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