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기준으로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1천238포인트를 기록했고 이는 1994년 11월의 사상최고치를 10여년 만에 갈아 치운 셈이다. 연일 기록적인 상승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경기는 불황인데 주가는 오르니 이는 거품이다. 시장이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라고 생각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일쯤으로 여기는 분들이 분명 있으리라 싶다. 하지만 ‘주가는 경기에 6개월 정도 선행 한다’와 ‘수급이 재료에 우선 한다’는 증시격언으로 주식시장의 특성을 알고 나면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선 전자의 경우 경기라는 것은 일정한 순환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일정하락이 있으면 상승을 하게 되고 또 어느 정도 상승을 하게 되면 하락의 길을 걷게 되는 반복을 하게 된다. 즉 영원히 상승할 수도 하락할 수도 없는 것이다. 주가 역시 이런 경기변동에 보조하여 순환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나 경기의 하락이 분명하게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고 향후 상승전환이 예측된다면 투자자들은 현시점의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였다가 향후 경기가 상승하여 주가가 올랐을 때 팔려는 심리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시적인 경기상승이 나타나기 전에 사람들은 주식을 매입하려 하고 이때 주가는 상승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기 상승에 앞서 주식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본격적인 경기가 상승 전환 되면 주가는 활황이 되어 경기와 병행을 하고 어느 정도 경기가 좋아져 상승폭이 둔화되고 더 이상 경기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시점이 되면 향후 경기 하락에 대비해 남들보다 먼저 주식을 팔려고 할 것이며 이로 인해 주가는 내려가게 된다. 결국 주가가 경기에 선행하는 것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되는 시점과 맞물려 낮은 금리 하에서 대체투자 수단을 찾던 대규모 유휴자금들이 한순간에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외국인이 지난 2003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공격적인 ‘바이코리아(BUY KOREA)’에 나서 국내 시장에서의 비중을 기존의 30%내외에서 40%이상으로 확대해 놓은 상황이고 보면 실물경제지표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경제상황으로 볼 때 우리나라 경제의 바닥탈출을 어느 정도 예견한 투자라 볼 수 있다.

 수급은 경제학 용어인 수요와 공급을 의미하는데 주식시장에서 수요는 주식을 사기위해 대기하고 있는 주체세력이나 이와 관련된 변수로 파악하면 되고 반면에 공급은 주식을 팔려는 의도가 강한 세력이나 변수로 이해하면 된다. 즉 아무리 좋은 재료가 나오더라도 주식을 사줄 사람이 없다면 시장은 약세흐름을 이어 갈 수밖에 없지만 수급여건이 좋아 주식을 살 수 있는 세력이 많다면 조그만 재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경기 불황에 따른 경기 확장의도의 통화 공급 확대 정책은 저금리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저금리 기조의 지속이 자산 가격을 상승시켜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를 가져다주었지만 정부의 부동산 안정의 강력한 의지로 부동산 투기자금이 방향을 잃었고 은행이나 기타 금융권 또한 지속적인 저금리로 매력적인 투자대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때 맞춰 정부의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방안이 마련되면서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의 의지가 반영되고 적립식 펀드가 증권회사 뿐 아니라 은행 등 다양한 판매 루트를 통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관의 주식매수가능 자금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시장에서의 지위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변액보험 판매와 2006년부터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제가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더욱 촉발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경제지표의 소폭 호전과 맞물린 국내경제침체 국면의 탈출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은 ‘유동성’이라는 순풍을 만나 지금과 같은 순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선(서울증권 투자분석팀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