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물으나 학교 선생님에게 물으나 학교수업에 문제가 많다고 한다.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시간만 때우러 나가는 아이가 많다고 한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조국의 장래는 없다.
내게 학교 현장과 관련한 상황들에 대한 위기감이 그리 크진 않았었다. 연말에 진학시험이 끝나고 나면 3학년 학생 수업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 이 시기를 유용하게 쓰고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강상식 강의를 몇 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자리에 나서지 말아야겠다는 심사가 생겼다. 연단 바로 앞에서 거의 누운 자세로 먼 산 쳐다보는 시선을 취하는 학생이 꼭 몇 명 있다. 자연스레 주의를 환기하고자 해당 학생에게 간단한 질문을 해보아도, 시선을 맞추거나 자세를 가다듬는 예의는 전혀 취하지를 않는다. 이러한 자세가 주위 학생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주게 됨은 물론이다.
학교에서 지시한 장소와 시각에 참석한 것을 볼 때, 해당 학생에게 심각한 정신병리가 없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의사인 내 상식에 약물중독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수업에 임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곧 “선생님들이 도대체 어찌 가르치기에 이토록 기본적인 소양도 못 배웠을까?”라는 원망이 생겼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화를 삭여가며 생각해보니 “얼마나 교권이 땅에 떨어졌으면, 선생님들이 이런 학생을 지도하지 못할까?” “선생님들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었다.
국가장래를 좀먹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과감하게 해결에 나서야 한다. 우선 사회에 이슈로 제기하고 논의를 개시하였으면 한다.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가 ‘교사에게 매를 돌려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매의 질과 책임감에 대하여 처음부터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사태해결은 멀고 나라운명은 계속 기울기만 한다.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매는 바로 사랑이다. 선생님의 벌에 반항하며 계속 사고를 저지르는 학생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유래된 것이다. 내 자식 귀한 줄만 알면, 자식도 망치고 사회도 망친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문제를 지적하는 교사에게 봉변을 주는 학부모에게 정면으로 나서서 교정하려는 선생님은 이미 사라져 천연기념물 정도로 희소하다. 그 대신 수동적 공격성(passive aggressive)을 보이는 선생님들이 늘게 되었다. ‘네 자식 버리는지, 내 자식 망치는지 두고 보자’라는 식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엎드려 자든 만화책을 보든 개의치 않는다. 주어진 시간동안 소정의 격식대로 수업을 마치고 만다. 교사나 학생이나 교실이라는 허울에서 서로 겉돌고 있다. 최소한의 것을 배우거나, 나쁜 것을 배우고 있다. 이것이 망국지형이 아닌가?
기본 산수를 못하는 중·고등학생이 상당수가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초등학교 때 산수를 깨우치지 못했던 아이가 그 이후로 한번도 지적을 받지 않은 채 계속 진학을 해왔기 때문이다. 산수를 하지 못하는 아이가 그 이상의 복잡한 수학 계산을 배울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 아이에게 엄격한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의 '교육권'을 빼앗게 된다.
부모도 때리고 선생도 때리는 아이도 있다는 말에는 귀를 의심한다. 교사, 부모, 학생,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누구를 존중해야 내가 귀해지는지’를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매는 무서웠다. 그러나 선생님의 벌이 '사랑의 매'라는 말과 사실을 의심해본 적은 없었다. ‘교사에게 매는 긍지요 보람이다.’ 자신과 신념이 없는 선생님은 제자를 때릴 수가 없다.
/배 기 수(아주의대 교수)
교사에게 매(긍지)를 돌려주자
입력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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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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