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성폭행’은 바로 '아동 성학대’에 소속 되는 개념으로, 크게 보면 ‘아동학대’에 포함되는 의미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한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라고 정의된다. 여기서 '아동'이란 18세 미만의 어린이·청소년들을 모두 지칭한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physical abuse), 정서학대(emotional abuse), 성학대(sexual abuse), 방임(neglect) 등의 4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이 가운데 '아동 성학대'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신문과 방송에서 접하는 바와 같이 집 밖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안이나 근친 간에 은밀히 일어나는 사고가 더욱 빈번하고 이는 심각한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피해 아동이 스스로 벗어나거나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만성적으로 지속되어 아이의 정신세계가 황폐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 내에서의 아동 피해자는 집 밖에서 사고를 당한 피해자에 비해 당연히 정신적·심리적 손상의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아동이 성장해도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거나 원만한 자식양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결국 아동 성학대의 충격은 최소한 피해자의 3대에 걸쳐 지속되며 이는 이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실 아동 성폭행 사건은 매우 빈번한 사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반에 공식적으로 노출된 사례가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는 아동성학대, 특히 근친간 성학대는 없다’는 착각속에 살게 했고 이러한 착각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계속 사지로 내몰고 있다.
늦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총체적인 아동학대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우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지역사회내에 여러 기관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경기도가 전국에서 아동학대 예방관련 다기관 협력체계가 가장 잘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아동학대 예방센터를 비롯해 도와 시·군, 교육청, 경찰청, 의료계의 협조가 매우 왕성할 뿐만 아니라 상호 기관간의 빈번한 만남을 통한 이해증진이 추진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법조계와 일선 학교 운영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점이다.
학교에서는 학대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것이 마치 학교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도 되는 양 그저 ‘쉬! 쉬!’하며 덮어두려하기 일쑤다. ‘아동의 안전’이 ‘학교의 체면’보다 우선하는 것이라는 교장, 교감, 담임선생님들의 심도 깊은 이해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법원에서도 가정 내에서 발생한 성 학대사건을 아이의 처참한 운명과는 관련을 짓지 못한 채 안일하게 처리해 왔다. 아버지, 오빠, 할아버지가 가해자일 경우 ‘그들을 구속하면 가정이 와해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가정은 깨어진 상태’라는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이를, 가정체면을 이유로 다른 가족원과 합심하여 평생토록 박해환경에 방치해 두어서는 안된다.

/배기수 (아주대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