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우리나라는 의약분업내용에 불만을 품어오던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행위, 롯데호텔 노조원들의 정규직 보장을 위한 농성행위, 그리고 부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한 은행통폐합에 반대하는 금융노조의 집단 파업행위 등으로 불법 집단행위가 빈발하여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정부의 조정능력 미흡으로 법 집행의 형평성을 잃은 듯 하여 국민의 한 사람으로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준비 덜된 논리 호응못얻어

방송에서 이들 문제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토론을 통해서 문제점을 발굴, 해결하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상만사가 논리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집단행위가 이루어질 때에는 논리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 집단행위를 주도하거나 논객으로 초청받아 나온 인사들의 이야기는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나와서 그런지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합원이나,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본인들에게 약간이라도 불이익이 예견되면 논리와 명분은 뒤로 한체 막무가내식 주장을 반복하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이들 이익집단의 주장을 대변하여 입법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는 아예 생각지도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여민주주의 확대라는 국민의 정부의 의도가 왜곡되어 가고 있지 않나 심히 걱정이 된다.

우리는 과거 한일어업협정에서 사전에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통계 숫자에 근거하지 않은 비논리적인 주장으로 일관하다가, 시간에 쫓겨서 결국 잃은 것이 많았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그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 스스로 충분한 토론과 대화를 갖고 개혁에 동참하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관료나 민간단체가 이해상반된 쟁점에 관한 충분한 연구없이 총론부분만을 정하고 추진하다가 벽에 부딪히면 반대집단을 향해 집단이기주의니, 개혁에 반대하느니, 국민을 볼모로 하느니 하면서 몰아 부칠 일이 아니다.


우격다짐식 주장 지양해야

우리는 이제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있으니 더 이상 일이 생기고 나서 감정적, 우격다짐식의 주장을 하는 것을 지양하여야겠다.

의약분업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약의 오남용 방지로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는 의약분업이 반드시 필요함은 의료분야나, 약업분야 종사자들이 다 함께 인식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문제는 이상적인 방안을 각자 만들게 하여 절충하여 이상안을 확정한 연후, 시행과도기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여 나가는데 보다 많은 대화시간과 상호논의가 필요할 것이고, 또한 준비기간과 계도기간도 필요할 것이다.

이상적인 방안을 만들기에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있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상적인 방안조차도 불확정한 상태에서 원론만 앞세우거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여 밀어붙이기식이나 시간을 정하여 놓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현 국민의식수준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각 직역의 특성과 전문직역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면 충분히 제도개혁과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꺼번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즈음하여, 엘고어 부통령이 전문가들로 하여금 6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작성한 정부구조조정 계획보고서 서두에 ”이 보고서는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변화의 시작에 불과합니다”라고 한 말을 우리는 깊이 새겨들어야 하겠다./이재신(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