奉丙廈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사장

최간의 국제유가 급등은 비산유국인 우리로써는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겨울철 난방수요까지 겹쳐 당분간 유가강세는 지속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제 에너지 문제는 국가차원을 넘어서 세계적 공동관심사가 됐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에너지 전체 소비량의 97%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제품 수출로 힘들게 벌어들인 외화를 에너지 수입으로 쉽게 소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에너지소비량은 국제통화기금 체제에 들어서면서 다소 감소했으나 85년 이후 연평균 10.3%의 높은 증가율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치인 1.43%를 훨씬 능가하는 놀라운 수치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근 몇년간 에너지 소비증가 추세가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대로 소비세가 지속된다면 우리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쉽게 나오고 있다.
이는 기름 한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소비절약과 전기의 합리적인 사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안이하고 절약정신이 부족한 데 따른 결과이다.
우리의 어린시절 부모님들은 귀가 따갑도록 “계량기 돌아간다고 전깃불 끄라”는 소리를 하셨고 우리는 이 말을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요즘들어 불필요한 전등을 끄려는 사람도, 간섭을 하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절약정신이 무관심해 있다.
국가경제 발전과 개인소득의 증가로 에너지 절약이 모두의 무관심속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도 기름으로 만드는 2차 에너지인 점을 감안,전기를 아껴쓰면 기름을 절약하고 곧 외화를 절약하는 지름길이 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전력수요는 산업발전의 가속화와 냉방부하 증가 등으로 연평균 12.5%의 높은 전력소비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전력소비 증가는 생산부문인 산업용보다 소비성향의 일반용과 주택용이 주도하고 있다.특히 여름철 에어컨 사용은 전체 전력소비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으며 매년 냉방부하는 100만㎾ 이상씩 늘고 있어 1년에 원전 1기에 해당하는 발전소를 계속 지어야하는 실정이다.
국내 전력수요는 여름철인 7~8월에 집중되고 나머지 계절엔 남아돌기 때문에 결국 이 시기 전력만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강구된다면 새로운 발전소 건설은 필요없게 된다.
원전 1기를 건설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10년인 데다 막대한 투자비까지 들여야한다는 사실을 진정 인식해야 할 때다.
전기가 필요하면 무한정으로 쓸 수 있는 공급위주 정책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닥쳐올지 모를 석유파동에 대비해 범국민적으로 전력소비를 절약할 줄 아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집 한등끄기,가로등 격등제,전광판 끄기,야간경기 자제 등 정부시책을 전개하여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전기에너지 소비를 합리화하는 길만이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결과적으로 온 국민의 절약정신이 고유가 시대에 신음하는 우리경제도 살리고 불거지고 있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