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애용이 애국 지름길

전생이 있다고 가정하면 나는 아마도 넉마쟁이(폐품수집상)거나 좀더 크게 성공했다면 골동품가게 주인 쯤 됐었을 것이다. 주변에 모든 것이 고물이 되고 고장이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날 보고 아내는 전생의 습성이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고 핀잔을 준다. 길을 가다가도 버려진 휴지와 고철, 목재, 플라스틱이 모두 내 눈에는 귀중품으로 보일 정도니 분명 심각한 `고물광'이 아닐 수 없다.
결혼생홀 35년동안 아내와 다툼이 있다면 대부분 집안에 있는 고물이 화근이 된다. 아내는 고급스럽지 못할 뿐더러 고리타분한 물건으로 가득한 집안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아파트 주변을 서성이다 아직도 쓸만한 물건이 있어 집으로 가져오면 그날은 영락없이 전쟁을 치른다.
언젠가 절친한 친구가 정색을 하며 `넌 도대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사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술을 마시지도 않고 담배를 피우지도 않으며 도박이나 낚시, 사냥, 골프 등 어느 것 하나 취미가 없으니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다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다양한 문화유산이 생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어넘기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황폐한 세상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처럼 고유가 시대에 물자절약, 저축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과다한 소비와 낭비가 부를 축적하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미덕이 될 수는 없다. 석유 한방울은 피 한방물보다 값질 수 있음을 지금이라도 되새겨야 한다.
설혹 이 땅에 석유가 앞으로 생산된다해도 유한한 자원이다. 석유가 바닥나면 지금의 문명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상상하기 힘들다.
모든 지구상에 있는 중요자원은 앞으로 100년 안에 소멸된다는 연구는 우리가 후손을 위해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야 할지 다시한번 반성하게 만든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고려말 최영장군은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쓸모없어 보이는 돌도 귀한 반도체 재료로 사용될 수도 있고, 멋진 장신구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돌을 돌로 보지 말고 자원으로 보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나는 틈이 나면 인사동 골목과 동대문 인근에 있는 벼룩시장을 둘러본다. 지금은 볼품없이 가난한 행상의 좌판 위에 초라하게 진열돼 싼값에 팔리기를 기다리는 구식 물건들도 1천년 후에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물건이 돼 TV에 소개되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흐뭇해한다.
후손 대대로 물려줄 일상 용품들이 지금은 어린 나무처럼 보이지만 세월이 지나 하늘을 덮은만큼 큰 거목이 돼 국보로 자리매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경기도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를 보면 고양이 눈동자 크기에 불과한 은행씨 하나가 수 천년의 세월을 먹고 자라 천연기념물 중 으뜸으로 성장했다.
에너지절약의 가장 기본은 모든 자원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아끼는 마음이 없이는 절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분실물보관소에는 휴대폰과 휴대용 카세트등 각종 귀중품들이 수북히 쌓여있다고 한다.
내 물건과 우리 공동의 물건을 소중히 여겨 우리 후손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세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