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98년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교원사회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학부모들의 고령교사 기피심리, IMF상황 아래 취업난 해소, 고령교사 1명 퇴출로 신규교사 2.5명 채용 등을 내세워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다는 여론을 바탕삼아 65세의 교원정년을 62세로 단축한 것이다.
 당시 교원단체에선 교원양성과 승진자원 등 제반여건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년을 줄이는 데 대해 부작용을 염려,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교원정년을 단축했으며, 그 결과 상처받은 교원들의 자존심을 자극해 급기야 대량 명퇴사태를 야기했다. 이후 연금기금은 고갈됐고 이를 해결하기위한 정책으로 연금법을 개정하는 궁여지책을 강구했다. 또 턱없이 부족한 교원을 채우기위해 중등교사 자격을 가진 이들을 초등에 임용하는가 하면 교단이 싫다고 명예퇴직한 교원들을 다시 불러 기간제 교사로 임용함으로써 엄청난 국고 부담과 교단정서를 이질화시켜 놓은 셈이다.
 각 시·도의 2001년도 신규임용교사 선발시험에서 나타난 결과만 보더라도 한심하다. 초등의 경우 전남은 200명 모집에 41명이 지원, 0.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1천231명이 모자라는 것으로 집계됐다. 복수지원으로 인한 결시율과 법정정원으로 계산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치를 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고,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으면 된다. 정부·여당에서도 교원정년 단축으로 교육계에 이렇게 커다란 파장이 일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교원정년단축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교육부에서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무리한 정년단축을 단행했기 때문에 이처럼 초등교원 수급에 커다란 차질이 생겼으며, 당초 약속한 1명당 2.5명의 교원도 충당할 길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중등교원을 초등에 채용하게 된 것이다. 또 대량 정원 및 명퇴로 6조원 이상의 연기금을 지출해 고갈된 상태에서 국민의 세부담만 늘어나게 됐다. 선진국의 일반적인 교원정년 65세 추세와 일본의 경우 연기금이 고갈될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교원정년을 오히려 5년씩 연장시켰음을 상기시킨 다음 정년환원에 찬·반을 물었다면 74%의 반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교사를 교육개혁의 주체로 삼아야지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교단에서 `Teacher of teacher'로 큰 역할을 하는 원로교사를 모두 내쫓아서야 되겠는가.
 정년환원은 원활한 교원수급과 연기금 고갈상태 완화, 교권회복을 통한 사기진작 등 순기능이 많은데도 정부는 이를 시인하지 않고 이틀동안 무선표집된 1천2명의 단순 전화설문 조사결과를 내세워 국민 다수가 반대한다는 논리를 폈다. 아울러 교육위에서 법안 심의를 하는 기간에 정년 단축 합헌 판결을 내렸다. 더구나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 153명이 국가 장래를 걱정하는 높은 뜻은 가볍게 여기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하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하에서도 단축시켰던 정년을 2년만에 환원한 과거가 있는데 국민의 정부에서 정책의 일관성만을 내세워 정년환원을 반대한다면 과연 교단의 많은 교원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낼지 궁금하다. <허원기(인천교원단체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