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는 낱말은 언제나 우리들의 의식 속에 강박관념처럼 부담으로 작용하며 한편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힘이다. 우리는 지난해동안 때때로 성공을 거뒀는가하면 실패를 거듭하며 IMF 3년차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렀다. 그리고 또다시 위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부담과 도전의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2001년에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끝내고 하반기에 기필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
 위기라는 말에 우리는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상황인식을 지나치게 나쁘게만 보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근거없는 낙관에 빠져 잠시라도 게으르거나 해이해지면 안될 것이다. 오직 위험을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과 동시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아야 한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우리들이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를 자신도 모르게 정당화, 합리화하거나 불필요하게 과소 혹은 과대평가하려는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 문제의 접근과 해결은 어렵게 된다.
 현재 국정의 으뜸 의제는 경제위기 극복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위기를 논함에 있어 위기 자체에 대한 시비논란에 너무 매달려왔다. 그 원인이나 발생과정, 해결과 극복에 관한 기본원칙의 확립과 실천적 노력을 소홀히 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위기에 대한 사실인식에 오류를 범하게 되고 사태를 진정시킬만한 처방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위기극복은 커녕 위기가 위기를 부르는 조짐마저 나타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것과 같다. 더 큰 파이를 만들어 보다 많이 나눠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기업인과 투자자, 근로자, 자영업자 등 시장참여자 모두가 더 많이 일해 돈을 버는 기업과 사람이 더 많아질 때 가능해진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높아지고 불만은 줄어든다. 모든 계층간 사회적 긴장이 사라지면 위기는 비로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온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그러므로 모든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마음껏 능력을 발휘케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시스템을 짜고 잘 작동시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성공의 기회를 줘 경쟁을 촉진하며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를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 자유이며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다.
 자유경제시장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 실업자와 적자기업은 늘어나고 근로자와 기업인의 의욕이 감퇴, 경제는 악화된다. 위기시에는 정치나 정부의 정책이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그 적용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이 심히 의심을 받게 된다. 부당한 정치논리의 개입이나 권력의 압력, 정부 간섭, 특혜와 반대급부, 보복 따위들이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주범들이며 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는 시장의 적들이다.
 위기는 반드시 위기요인을 성장 동인(動因)으로 전환하면서 극복된다. 먼저 정부는 위기의 주범인 시장의 적들을 몰아낼 의지를 분명히 해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위기극복의 길이다. <서건일(중소기업연구원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