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도우미생활 1년을 돌아보며
입력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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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의정부 송산동)
나는 40대 주부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시간적·정신으로 여유가 많은 시기다. 남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뜻깊은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지난해부터 경기도가 시작한 유급가정도우미 모집 소식을 듣고 지난해 의정부시 송산동 지역에서 도우미 활동을 했다.
가정도우미는 생활이 어렵고 홀로사는 노인을 돕는 전문 봉사원이다. 노인문제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가정도우미 활동을 시작하면서 보람도 많았지만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낀 일도 적지 않았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문제가 의식주만을 도와 드렸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만난 노인들은 우리 사회가 노인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몸으로 말해줬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부모를 도울 수 없는 4남매를 둔 노부부. 76세 할머니는 중풍으로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형편이었다. 할아버지께서 수발을 들고 계셨는데 그 분도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4남매가 있더라도 공과금이 밀리고, 아파트 관리비가 몇달씩 밀리는 노인에게는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자녀가 있으면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않는 현재의 지원기준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시는 할머니도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 할머니는 젊어서 공부를 많이 해 매우 지적이셨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화젯거리를 갖고 있으셨던 할머니는 나에게 `서역지'를 읽을 것을 권했다. 할머니에게 도움을 드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할머니들께서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가 거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에 이런 사례도 겪었다. 이 할머니께서는 따뜻한 이웃이 있어 연탄과 라면, 생필품 등의 도움을 받고 계셨다. 아울러 정부의 지원도 받고 계셔서 홀로사는 노인이지만 생활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의타심이 너무 심해 주위로부터 보다 많은 도움을 원하셨다. 의사가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해도 자꾸 병원에 가고, 일주일에 두번 방문하는 도우미에게는 세번, 네번 와주기를 원했다. 이런 분들에게 자립심을 길러줄 수는 없을까.
외롭고 불쌍한 노인들을 돕는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경기도가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한 가정도우미 사업이 성공해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점도 발견되겠지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경험이 하나, 둘 쌓여 외로운 노인들의 여생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가정도우미로 활동한 지난 한해를 뒤돌아 볼 때마다 진정한 봉사의 자세로 임했던가 반성의 마음이 든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많았다. 남을 돕는 것으로 자기만족감을 추구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자문도 해본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봉사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불쌍한 노인을 돕는 선하고 의로운 마음이 내 가슴에 가득 차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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