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회사 일로 해외 여행을 가면서 몇 가지 선물을 준비한 적이 있다. 태극 문양이 들어간 티스푼과 자개함, 뚜껑에 용 무늬가 새겨진 만년필을 가지고 갔다. 티스푼과 자개함은 문제가 없었는데 만년필에 문제가 있었다. 나중에 사용해 보니 잉크가 새는 것이었다. 사용해 보지 않은 제품을 외국사람에게 선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그 만년필로 인해 우리의 이미지가 얼마나 구겨졌을까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라리 선물을 주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아닌가?
 어디 만년필 뿐이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흉내만 내고 겉만 번지르르한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남이 한 것을 쉽게 모방해보려는 시도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이런 것일수록 요사스러운 장식과 치장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게 마련이다.
 최근 자기 분야에서 인생을 걸고 한 우물을 파온 경기도의 장인들을 소개하는 책 `우리시대의 삶-2000 경기으뜸이'가 발간됐다. 책에는 17년동안 수원의 대표적 음식인 갈비만을 고집해온 조리사 이재규씨(36)와 전통부채 만들기에 평생을 바쳐온 금복현씨(53) 등 장인뿐만 아니라 38년 동안 불우이웃의 머리를 깎아준 차재윤씨(58) 등 따뜻한 이웃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분야의 장인을 발굴해 이들의 존재와 활동을 알리는 일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건전한 직업정신을 보여주는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평생을 걸고 노력하고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말보다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많은 교훈을 줄 것이다. 이런 분들의 노력으로 머지않아 우리 상품이 세계적 명품으로 인정받고, 한국의 문화적 전통이 해외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재(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