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역시 별인 스타(star)와 인연이 깊은 것 같다. 타이거 우즈나 박
세리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골프 때문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골프
를 잘 쳐서 막대한 재산도 모았으며, 또한 세계적인 스타로서의 명성도 얻
었다. 반면 골프 때문에 스타는 커녕 어쩌면 지금 달고 있는 스타를 떼거
나 또는 과거에 스타로서 가지고 있었던 명성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운명에
처한 사람도 있다.
 요즘 골프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골프장 때문에 환경이 파괴된다
는 환경론자들의 교과서적인 비난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골프장 건설과 관
련된 환경문제 공방 때문에 정치권이 싸우는 것이 아니고 골프를 친 시기
의 적절성 때문에 정치권이 골치를 앓고 있다. 국회는 현역 스타 또는 스타
를 지냈던 군관계 고위인사들의 골프 때문에 여야간의 공방이 치열하고 국
민들 또한 골프정국이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야당은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이라는 비상상황에서 군 수뇌부가 한가롭게
골프를 즐겼던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해임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방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반면 여당은 비록 비상
상황시에 부대로 돌아가지 않고 골프를 친 것은 잘못이지만 군 수뇌부의 골
프는 영내에서 체력단련의 일환으로 하는 운동이고 골프를 치면서도 비상상
황에 대한 처리를 잘 하였으므로 문책하는 것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정
치적 공세라는 입장이며, 대통령은 골프 파문에 관련된 군 수뇌부에게 적절
치 못한 행동이라고 하면서 경고조치를 내렸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정치권이 골프 때문에 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자민련 김종필(金鐘泌) 명예총재의 골프 약속 때문에 국회 일정
이 변경되어 국민적 비난이 대단했다. 앞으로 국회일정을 잡으려면 자민련
명예총재의 골프 일정을 먼저 확인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받기
도 했다. 얼마 전에는 비록 농담이지만 정치인들이 1천만원의 내기 골프를
화두로 했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지난 2월 일본에서도 모리요시로 총리가 일본 고교실습선 에히메마루호
가 태평양 앞바다에서 미국 핵잠수함에 들이받혀 어린 학생 9명이 실종되
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 소식을 전해듣고도 골프를 쳐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결국은 인기 하락으로 이어져 총리에서 물러났다. 정치인
들이 너무 골프를 사랑해 정치를 위해 골프를 하는 것인지 골프를 치기 위
해 정치를 하는 것인지 때로는 분간키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골프 때문에 말썽이 났을 때 '건강을 위해' '사생활 침범'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아니올시다'이다.
 골프도 운동의 하나다. 체력단련을 위해 골프를 한다는 것을 탓할 생각
은 없다. 더구나 어느 직업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되고 또한 스트레
스가 쌓이는 정치인들이나 고위공직자의 경우 넓은 초원에서 골프를 치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또한 새로운 활력도 얻게 된다. 특히 골프가 점차 대
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를 귀족 운동시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운동도 해야 할 시간과 장소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심신을 단련하
기위한 운동은 때와 장소를 가려 운동을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운동
그 자체에 포로가 된다면 이는 이미 운동이 아니고 하나의 직업이 된 것이
다. 최소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는 프로 골퍼가 아닌 이상 골프가 일과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새삼 골프가 뭐길래 그렇게도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
으면서 때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키면서 골프에 사족을 못쓰는지
그 이유를 묻고 있다. <김영래(아주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