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예상을 초월하는 어려운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사회가 또 한번 시끌벅적했다. 수능시험 다음날 가채점을 한 뒤 교실 한 구석에서 울고 있는 수험생, 일관성없는 교육정책을 비난하는 각계각층의 성난 목소리 등등의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가득 메웠다. 그중 서울의 모 대학 강당에서 열린 입시설명회에 관한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1만2천여명의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 몰렸고, 5천여명은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며,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수험생들의 안타까움과 절박함이 피부에 와 닿는 듯 아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입시설명회에 몰린 수험생들의 목적을 추측해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많은 수험생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본인들이 취득한 성적으로 어느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느냐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잠시 평정심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싶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학벌과 인맥을 중시한다고 해도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자기의 경쟁력이 없으면 그 학벌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은 성적에 맞는 대학을 찾는 일을 잠시 멈추고 대학에 가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이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학이 어느 대학인지를 찾는 작업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입학할 대학에 대한 정보나 확신, 설계없이 무작정 합격만을 목표로 입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4년간의 대학생활은 큰 차이가 있음을 대학 현장에서 목격한다. 의외로 대학 홍보자료 섭렵은 물론이고 대학 방문 뿐 아니라 부모와 함께 자신이 전공하려는 교수 연구실을 찾아와서 상담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확신을 갖고 대학을 선택하여 들어온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입학 순간부터 긍정적인 시각과 태도로 대학생활을 꾸려가게 된다.
실례로 경상도의 특수고 출신 한 여학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목표했던 대학의 합격을 안심할 수 없는 수능 성적을 얻자, 백지상태에서 여러 대학의 정보를 꼼꼼히 따져 보고 본교의 입학을 결심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뜻을 관철한 그 여학생의 가족들은 3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당초 목표로 했던 대학에 다니는 그녀의 언니보다 그녀가 훨씬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대학 정보에 어떻게 접근하느냐를 궁금해 할 것이다. 알다시피 요즈음 대학들은 우수한 수험생 유치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관련 부서나 관련 전공 사무실에 전화 한통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전화상담에 불친절한 대학이라면 고려 대학에서 제외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명성과 교육여건, 훌륭한 교수진을 갖춘 대학이라도 이를 활용한 제대로의 학생 서비스가 안된다면 무용지물 아닌가. 결국 좋은 대학의 중요한 척도중의 하나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진 대학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대학 홈페이지다. 홈페이지 곳곳의 학생들 게시판에 가면 그 대학의 살아있는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물론 게시판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많이 있다. 게시판에서 볼 것은 '사실'이 아니라 '분위기'다. 얼마나 학교가 학생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지, 교수 및 학생 등 구성원들이 얼마나 학교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등.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전공 교수의 이메일 주소를 확인하여 이메일로 상담도 해 봄직하다. 한 번쯤 대학 캠퍼스 방문도 권하고 싶다. 캠퍼스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실제 4년간 내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기에 적절한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수험생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김철 (아주大 총장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