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악의 축'이란 말이 세계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기에 참으로 민감하고 예민한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지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북한정권이 저질렀던 민족에 대한 죄업은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와 수교를 하고 이제는 그들이 무시 못할 교역상대국으로 자리잡은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한번의 적이 영원한 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세계의 역사가 아니던가. 미국 스스로도 그토록 앙숙이던 옛 소련이나 중국을 더 이상 '악의 세력'으로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우리는 어려서부터 악은 나쁘고 선은 좋은 것이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과연 선과 악에는 어느 선을 넘으면 선이 되고 또는 악이 되는 기준점이 존재하는 것일까.(여기서는 굳이 종교적인 풀이가 아니라 일반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며, 또한 절대악이나 절대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선과 악을 구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거짓말은 나쁘다고 알고 있는데 사슴의 생명을 구해주기 위한 나무꾼의 거짓말도 나쁜 것일까. 모든 현상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선과 악의 구별에 있어서는 주관적인 기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받는다면 완벽한 결론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세상에 완벽하게 모든 사람의 의견일치를 볼 수 있는 사항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엊그제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경기에서 한국남자 선수들이 중국과 미국선수의 명백한 반칙으로 탈락되는 안타까운 장면을 보고 누구나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더욱이 같은 사항에 대하여 미국언론에서는 자국선수의 미화에 급급하고 한국선수를 매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할 말을 잊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미국이 아무리 우방이라고 할지라도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자국이익이라는 사실이다. 개막식부터 시작된 미국중심적 운영상황은 많은 다른 국가의 지적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네들은 그것이 '절대선'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뉴욕의 참사에 대한 응징으로 시작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테러를 두둔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를 따르지 않으면 모두 적이라는 미국의 오만한 행동은 도가 지나친 것으로 보이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그 정도에서 끝내도 좋을 것을 이참에 아예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또 다른 전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모두와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자신있게 자신의 소신을 나타내는 것이 아름답다는 어느 광고카피가 생각난다. 복잡미묘한 정치외교적 상황을 잘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관료 가운데 미국에 대하여 자신있게 '아니다'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전투기판매를 위함이라는 의혹이 있기에 그 결과가 무척 궁금해진다. 또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전환방식에 있어서 많은 단점이 있는 미국식만을 고집하는 정통부의 오만한 관료주의는 차라리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이 모든 것을 국력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그럼에도 자존심을 지키고 무엇보다 국익을 챙기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정부를 우리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땅의 관료들이여, 그네들은 어느 나라 백성인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 이민 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제발 간절히 부탁하니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이 아니라 민족을 위하고 2세를 위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 <수산 (대승원 주지)>수산>
관료들이여, 국익을 챙겨라
입력 200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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