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7차 남북한 장관급회담 실무대표 접촉이 12일부터 14일까지의 장관급회담을 갖기로 합의하는 등 5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결실을 맺고 무사히 마쳤다. 이번 실무대표 접촉을 통해 남북은 장관급회담뿐 아니라 8·15 민족통일대회, 9월 경평축구대회의 서울개최, 경제시찰단의 남한 방문, 추석맞이 5차 이산가족방문단의 교환 및 적십자회담 등의 합의사항을 이루어냈다.

이에 대해 남한내 언론들과 몇몇 단체에서는 금번 남북한의 만남을 두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피력하고 있다. 북한정권의 북·미,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보는 견해와 남한 정권의 교체 이전에 남북정책의 진전을 마련해 놓으려는 의도라고 보는 견해, 혹은 현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정권간의 거래라고 보는 등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견해들이 틀린 것이 아닐 수 도 없으며 합의사항의 실천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남북교류의 결실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이 모든 남북간의 만남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만남의 의미는 그 자체로 화해의 의미가 될 수 있다. 물론 만나서 싸우기만 하다 끝날 수도 있고 충분하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6월15일 김대중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런 모든 걱정은 기우일 것이다.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에서 가슴 저리게 느껴지던 그 감정은 분단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도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이처럼 50년 넘게 갈라졌던 동포가 만나는데 서야 만남은 그 자체로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언론과 단체들의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정치 동향에 편승되어 남북교류의 순수성이 침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남북간의 만남 자체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이다. 연일 신문과 TV에 오르내리는 권력자들의 부패 행각과 정쟁들 속에서 남북한의 만남이 그저 권력과 정쟁들 속에 뒤섞여 있지는 않나 생각해본다. 이에 우리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남북한의 만남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자칫 정쟁에 묻혀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지켜보고 여론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으며 남북한 정권의 어느 누구라도 만남의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행동을 보이면 이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던져야 할 것이다.

오는 8월15일은 57회 맞는 광복절로 음력으로는 7월7일 칠석(七夕)이다. 사랑하는 견우와 직녀가 헤어져 슬픔에 빠져있다가 일년에 한번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오작교를 건너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는 칠석날이다. 그래서 칠석날엔 이들이 흘리는 눈물로 인해 비가 온다고 한다. 눈물과 한으로 보낸 반세기의 세월을 거쳐 올 칠석날에는 남과 북이 눈물 없이 기쁨에 겨워 함께 얼싸안으며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병란 시인은 남북 분단의 아픔을 '직녀에게'라는 시로 표현했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로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분명 남과 북의 만남은 그 만남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만남은 화해로 나아가는 길이며, 화해를 넘어 통일로 가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홍창진 (천주교수원교구 신부·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