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K씨가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1심 재판장이 전라도 출신이고 항소심 재판장이 충청도 출신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소속 선거법위반사범은 불리하게 처벌받았고 민주당 소속 선거법위반사범은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얘기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킨 적이 있다. 또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의 아들병역문제를 수사하는 서울지검 박모 부장검사를 특정지역출신 정치검사라 하여 이를 갈아치우라고 아우성친다.
특정지역 출신이 아닌 글쓴이도 쓴웃음이 나오는 판에 특정지역출신 판검사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말씀해 뭐하리오. 과연 판검사들이 지역연고에 사로잡혀 사법권이나 검찰권을 행사하는가. 판사들은 양형 할 때 온몸을 던진다. 물론 같은 교통사고 사망사건도 사망이 횡단보도상인가 무단횡단인가에 따라서 양형에 차등을 두는 것처럼 이 세상에 똑같은 사건은 없는 것이다. K의원이 무슨 근거로 재판장의 지역성을 들먹이면서 판결을 비난하는 지 모르지만, 더구나 법조인으로서 시정잡배처럼 함부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유신정권 당시 박정희대통령을 사석에서 욕하는 경우에 이이사범이라 하여 즉결에서 최고형인 구류 29일 형을 선고해야만 했다. 당시 S판사가 의협심이 강한 탓에 이이사범을 구류 3일을 선고하여 법원, 검찰이 발칵 뒤집어졌고 그 후유증으로 S판사는 장흥지원으로 좌천되는 불상사가 있었다. 따라서 당시 이이사범을 담당하게 되면 으레 최고의 구류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알았다.
서울형사지법 단독시절 시골에서 형사단독으로 와서 세상물정 모르고 데모학생을 엄벌하는 대열에 가담한 적이 있다. 당시 데모학생은 무조건 실형이고 처음에 징역 8월에서 1년을 선고하다가 6개월 지나서 1년 6월을 기계적으로 선고하면서 판사자리에 연연했던 것이다. 5공 초기 비상계엄 분위기 하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특정지역출신이 형사재판장을 맡는 것은 상당히 드물었다. 원장도 시국사건 양형 때문에 위로부터 깨어져 출세에 지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호남출신 판사를 형사담당에서 제외하거나 형사를 담당시키더라도 시국사건은 제외했다.
그후 노태우시절부터 정권의 민주화에 비례하여 사법부도 시국사건재판의 양형에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DJ정부 자체가 가진자보다 없는자 편의 지지로 집권에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국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판검사들이 형사양형문제에서 정치권의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판사나 검사가 지역연고 때문에 사법적 정의를 저버리고 지역 연고편에 붙어 주문을 팔아넘기는 몰지각한 법조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법조인이라면 법복을 벗어버리고 변호사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자기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연고 때문에 부장급 판·검사가 얼토당토 않은 주문을 낸다는 것은 사법부 합의체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장판사나 주심판사가 같은 지역출신이어야 지역연고문제가 거론될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이 다르다면 어떻게 지역연고를 거론할 수 있는가. 더구나 요즈음 배석들 콧대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데 어떻게 부장 혼자 북치고 장구 칠 수 있다는 것인지 K국회의원에게 묻고 싶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조사 때문에 특정지역출신 부장검사는 한나라당으로부터 정치검사라 매도당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병역을 면탈했는지 여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며 지금 신문지상에 나오는 기사를 접해볼 때 의심가는 부분이 점점 커지고 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병역문제는 깨끗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만 일삼지 말고 병역조사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협조하여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만약 특정지역검찰을 믿을 수 없다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특검제를 도입하여 명백히 밝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판사나 검사의 공무에 정치권이 개입하여 감놓아라 배놓아라 할 것이 아니라 일단 사법적 양심을 믿고 맡기는 것이 온당한 처사일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나 검찰의 조사에까지 정치적인 유형무형의 압력을 넣는다면 민족의 최후양심까지 정치권에 오염될 우려가 있다. 정치권이 던지는 한마디 실언은 현대판 훈요십조이며 법조계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것이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어떤 지역을 매도하면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분단통일을 외치기 전에 남한만이라도 정서통일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강창웅 (대한변협부회장겸 수원회장)>강창웅>
특정지역출신 판사와 검사
입력 2002-10-09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10-09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