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하루 하루 지내기가 불안하다. 또 무슨 일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조마조마하다. 대통령은 또 오늘 어떤 파격적인 한 말씀을 하실지. 세계는 달리고 있는 데 우리는 걸어는 가고 있는 것인가. 국가는 국민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있는데,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런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이익단체나 노조집단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국가는 큰소리 한번 치다가 한밤중에 슬그머니 이익집단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니 국가기강이 설 리가 없다.
화물연대 운송거부만 하더라도 화물연대 운송거부조건중 경유세를 보조해달라고 아우성치자 정부는 버스나 택시 등 비슷한 사정에 있는 다른 운전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운송거부 하루만에 화물연대의 손을 들어주었다. 성실히 세금을 내는 서민입장에서 어리둥절할 뿐이다.
도대체 국민이 내는 혈세를 이렇게 마구 써도 되는지. 더구나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불법이라면 주동자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구속되거나 조사받았다는 소식이 없으니 다음 파업예정집단은 기고만장할 수밖에.
보아라! 힘으로 밀어붙이니까 정부도 무릎을 꿇지 않는가. 법은 종이조각에 불과하고 힘이 최고야 하고 노래라도 부르는 것이 아닌지. 왜 참여정부 들어와서 법의 집행이 흐물흐물해졌는지 알 수 없다.
한총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대법원에서 한총련은 이적단체라고 누누이 판시하고 있는데, 일국의 법무부장관이 이적단체의 수괴인 한총련의장과 장관실에서 면담하고 대통령은 한총련수배자를 풀어줘야 한다고 외치고. 도대체 실정법은 어디에 있는가.
더구나 한총련소속의 대학생 1천여명이 5·18 광주묘역의 정문을 점거하여 대통령이 뒷문으로 입장하는 수모를 당하였는데, 국민의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이렇게 대우해도 되는 것인가.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고 국가기강을 문란시키는 행위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이렇게 막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대학생들이 대통령의 굴복을 요청하는 것인가. 대통령이 이렇게 한총련에게 모욕을 당하여도 법이 침묵하고 있으니 갑남을녀들은 답답할 뿐이다.
NEIS파동은 더욱 더 가관이다. NEIS가 인권을 그렇게 침해하는 것인지 인권을 깊이 연구하지 못한 필자로선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교육부에서도 법률가의 자문을 거쳐서 NEIS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통령은 엄정한 법집행을 주장하여 교육부에 힘을 실어주는가 했더니. 전교조에서 단식하고 연가투쟁한다고 아우성치니 교육부총리는 하룻밤 협상하고 전교조에 백기투항하고 나서 정치적 결단이라고 기자회견하니. 국민의 위탁을 받아서 권력을 행사하는 장관들이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굴복하여 항복한 것처럼 보이니, 무슨 정부령이 서겠는가.
절대진리는 없다. 학생, 학부모, 침묵하는 교육계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서 상대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총리는 도대체 어떤 합리적 이유에 기하여 항복하였는 지 항복의 변이라도 읊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없는 다수들의 가슴은 터질 것만 같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도대체 이익집단과 협상에서 한번도 정부입장이 반영된 적이 없고 이익집단승으로 판정나니 이런 협상이 왜 필요한가. 협상이란 기브 앤 테이크이다. 그런데 정부는 주기만 하고 받는 것은 전혀 없으니. 결국 정부의 협상력부재로 피해를 보는 것은 불쌍한 민초뿐이다. 정부가 주는 만큼 국민은 세금을 더내야 하니까.
또 그렇게 국가기강을 마비시키는 집단행동을 해도 엄격한 법의 적용을 받아서 구속된 불법파업자가 없으니…. 법은 잠자고 있는가. 법은 눈감고 있는가. 법의 침묵은 국가기강의 파괴를 가져온다. 이익집단의 제몫주장은 법의 잣대로 엄정하게 재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없고 진짜 못해먹겠다는 말이 튀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법의 존엄성을 일깨워야 한다./강창웅(수원지방변호사회장)
법의 침묵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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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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