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에 걸친 근대화 과정에서 '성장 우선주의'라는 국가 정책과 개발논리로 일관,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88.7%에 이르렀으며 2020년께에는 9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제는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도시성장 덕분에, 특히 우리 경인지역 대부분의 도시들은 생태계의 다양성, 순환성, 안정성, 자립성을 상실한 ‘지속불가능한 도시’로 전락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도시환경의 부하를 저감하고 '어메니티(Amenity·쾌적성)'를 향상시키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노력은 많은 부분에 걸쳐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도시의 가장 기초단위인 마을 거주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마을을 가꾸고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주민참여 마을만들기'란 주민 스스로 거주하는 마을이 쾌적하고 살기좋은 환경이 되도록 정비하고 창출하는 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도시 및 마을발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를 얻는 주민교육과 역량을 증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분적이지만 그 지역실정과 참여하는 주체들에 따라 ‘생활개선 유형’, ‘생존권 확보 유형’, ‘어린이들을 위한 유형’, ‘지역상권 활성화 유형’, ‘공동체 삶의 회복 유형’ 등으로 마을만들기가 추진되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우리나라의 주민참여 마을만들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지방분권화 시대에 해당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가장 기초단위의 지역사회 운동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둘째, 주민참여 도시계획의 가장 실천적인 수단으로서 기존의 하향식 관주도 사업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내 손으로’라는 상향식 자발적인 주민참여 사업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셋째,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지역활성화 수단으로서 주민 스스로 참여의 과정을 통해 이웃간의 친교를 쌓고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친환경적인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와같이 마을만들기는 친환경적인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가장 기초적인 지역사회운동이자 상향식 주민참여 도시계획의 실천적 수단이며 지방분권화 시대에 있어서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 요소가 되었다. 따라서 지역적으로 난개발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경인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주민참여 마을만들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에 주민참여 마을만들기를 효율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마을만들기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주민, 기업, 관련기관 및 행정 등) 뿐만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시민단체, 전문가, 이웃마을, 나아가 유사한 경험과 환경을 가진 다른 지역 주민들의 포괄하는 다양한 집단의 참여가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초기에는 행정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마을만들기가 효율적으로 추진되도록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에 따라 마을만들기 활동의 행·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마을만들기과 혹은 마을만들기센터(가칭)’ 등의 전담부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울러 마을만들기 활동에서 행정과 주민의 역할, 행정의 지원내용, 주민과 행정의 신뢰와 이해 그리고 협력, 주민참여 방안 등을 명확하고 일관된 지원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지원조례가 제정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거주하는 마을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우리 주민 스스로의 애정과 자부심이 마을만들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 할 수 있다. /이재준(협성대 교수·도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