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3不 시대', 즉 '불신(不信)'과 '불안(不安)', '불황(不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 및 정치에 대한 불신은 물론, 거래 당사자간의 불신, 심지어 가족간·부부간의 불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뿌리 깊은 불신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불신풍조는 사회전체의 불안감 조성, 투명성 저하에 따른 경제 불황으로 이어져 파생적인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불신풍조가 만연하게 된 원인으로는 우선, 과정을 무시한 채 빠른 성공만을 동경하는 소위 ‘대박’을 꿈꾸는 사회분위기를 들 수 있다. 최근 위조 증빙서류를 작성하여 약 5년간 수백억원을 횡령한 금융사 임원의 경우도 그 일례로 볼 수 있다.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첨가하는 음식물 파동은 이미 오래된 수법이고, 매출을 높이기 위한 백화점 등 신뢰성 있는 대형 매장에서 변칙세일, 유통기간 변조 등 상술을 가장한 속임수는 근절되지 않는 숙제이다. ‘국산’이라고 속여 중국산 등을 판매하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둘째, 이기심 및 익명성에 따른 사회연대의식의 파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 서로간의 유대감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폭넓은 대인관계 속에서는 정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는 축소되고, 무한으로 치닫는 경쟁속에서 승패를 가르는 일들과 관련된 인간관계가 확대된다. 내가 부당한 이익을 취할 때, 그로 인하여 사회 구성원 중 나와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은 손해를 입게 된다. 나의 정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나와는 별 관계없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므로 그다지 죄의식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셋째, 관행화된 부정직이 문제이다. 정부는 최근 공시지가를 실질화하여 대부분의 토지에 대하여 그 지가를 대폭 상향조정했다. 이는 부동산 투명거래의 초석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다. 종전에는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이어서 취득세납부용 거래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었고, 그것에 대해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로 말미암아 수많은 양도소득세 관련 소송이 제기되었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세법도 개정되어 관련 문제가 일단락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토지 수용시 적정보상 문제 등 많은 문제가 남게 됐다. 잘못된 국가 행정으로 인한 손해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한 것이다.
 
부정직이 난무한 결과, 사기·횡령·배임 등 각종 위조사건을 비롯한 많은 범죄가 양산됐고 회계장부의 불투명성 때문에 국가 신인도는 추락하는 등 그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또한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되어 인·허가시 수많은 증빙서류를 제출해야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빈곤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불신사회, 치료책은 없는가.
 
첫째, 엄단해야 한다. 부정직을 포함한 범죄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와 강한 징계를 함으로써 일벌백계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시험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징계를 통해 어렸을 때부터 속이는 것이 결코 허용될 수 없음을 확실히 교육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사회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연대의식의 파괴에 물질만능사상이 결합됨으로써 속여서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증이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바, 정직하고 꾸준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끝으로,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속담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내가 오늘 아주 사소한 것부터 속인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정직한 생활태도가 모여 결국 우리 사회 전체에 활력소를 제공하는 큰 물줄기를 이룰 것을 기대해 본다. /김보람(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