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수목의 변화를 보면서 무한한 생명력에 경이를 느낀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우리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우리 가정의 새싹으로서 왕성한 생명력을 내뿜는 어린이를 생각하게 된다.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1923년 5월 1일 그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으신지 어언 8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희망의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기에 어린이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오늘에 이르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각 가정마다 10여명의 자녀가 있어 교육은 커녕 머슴으로 팔리거나 양자로 보내지는 등 특별한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 무렵부터 시작된 급속한 산업발전과 이와 때를 같이한 산아제한 정책 등으로 인하여 각 가정의 자녀의 수가 적어지고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교육기회가 확대되면서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가치가 고양되기에 이르렀다. 정책적으로도 1970년 어린이날을 법정공휴일로 공포하는 등 어린이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의 공감대를 확대시켰다. 이와 같은 사회적 흐름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발전하여 최근에는 경로사상은 점점 흐려져 가고 오직 어린이들만 대우받는 것은 아닌지,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 기살린다는 미명하에 버르장머리 없이 키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높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이의 진정한 필요는 채워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에도 아동학대의 사례는 수없이 고발되고 있다.
 
또한, 급증한 이혼율로 인한 어린이들의 인격적 상처를 끌어안을 대안제시가 시급하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인간관계는 부모와의 관계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부모와의 관계는 많은 인간관계 중 일부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겪게 되는 모든 인간관계를 보는 ‘틀’(관점)을 형성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이혼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사랑만큼은 여전히 끔찍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슴 아프지만, 나이 어린 자녀가 가정을 떠난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으며 혼란스러움 속에서 마음은 병들어 가고 있다. 아직 우리 사회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심리치료 등의 영역이 상당히 미비한 상태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어린이의 건강한 보호·양육을 위해서는 가정의 진정한 체질개선 및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Promise Keepers운동은 기혼남성들이 자녀들의 아버지로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궁극적으로는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서약하며 그 약속을 지켜 나가는 활동으로서 무수한 참여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가정의 변화 및 나아가 사회 변화까지 유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급속한 변화와 경제 발전 등으로 인해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만 치중하다보니, 자연히 가정을 등한히 하고 자녀들에게는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조건만 공급해 주면 되는 것으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의 인격적·정서적 필요가 충족되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어린이들의 그것도 채워져야만 한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화목한 가정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어른들이 우리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 어른들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오늘은 가정의 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날이다. 값나가는 선물·놀이공원도 물론 좋지만, 어린이들 맘속에 숨겨진 상처는 없는지 살펴보고 보살펴 준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김보람(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