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의뢰인의 건물이 도로에 포함돼 수용보상금을 받게 됐다. 그런데 얼마 후 보상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고지서가 나왔고 의뢰인은 사업시행자에게 부가가치세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의뢰인은 '수용보상금도 과세사업자의 경우, 부가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와 유권 해석을 근거로 부가세를 요구했으나 사업시행자는 '왜 부가세 신고를 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사업시행자는 부가가치세는 보상대상이 아니라면서 안 준다고 하고, 세무서는 받지도 않은 부가가치세를 달라고 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난감하다. 과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국세청 예규를 보면 '수용대상인 건물을 사업시행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는 재화의 공급으로서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것'이라고 명시돼있다. 반면, '사업자가 지장물인 당해 수용대상 건물을 철거하고 철거로 인한 특별한 손실에 대한 이전보상금을 도시계획사업시행자로부터 받는 경우에는 과세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은 “건물을 소유하면서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여 오던 사업자가 수용절차에 따라 건물을 양도한 경우, 위 건물의 양도는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여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건물 철거에 대한 손실보상금에 관한 협의가 성립하지 않아 수용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 소정의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재화 또는 용역의 생산·유통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대상으로 삼는 부가가치세제의 취지에도 부합된다면서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위 예규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건물보상금도 재화의 공급에 의한 것이므로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지금까지 부가가치세를 잘 부과하지 않았고, 사업시행자도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뒤늦게 국가가 피수용자가 사업시행자로부터 받지도 않은 부가가치세를 과세한다면 이러한 처분에 대해서 납득할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 보상법제의 후진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보상 현실에 있어서 사업시행자는 협의에 응하였을 경우와 협의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에 이주대책, 생활대책 등에서 차별을 늘려가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수용자의 선택은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은 보상금으로 협의에 응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 경우에 피수용자가 건물을 자진철거하는 것으로 계약을 하여야만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위 유권해석은 이론적으로는 몰라도 명백히 현실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또한 협의에 응하지 않아 수용재결로 갈 경우에도 사업시행자가 자진하여 손실보상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가산하여 지급·공탁하지 않는 경우 지장물인 건물의 손실보상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수용을 당하고, 부가가치세도 받지 못한 국민에게 부가가치세를 내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명백한 법규 정비를 마련하기를 정책당국에 촉구한다. 부가가치세법에 '협의이든 수용이든 불문하고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건물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철거 부담과 과세 부담 둘 중 하나를 떠안을 것을 강요하는 현재의 법규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 은 유(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