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순 - 경기통계사무소 서무과장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일때 정의와 질서가 서 있는 사회라고 한다. 이런 곳이라면 가난이 곧 수치라는 얘기가 된다. 언젠가 그 꿈을 우리 국민의 저력으로 꼭 이루어 내리라 믿고 싶다.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는 꿈이 아닌 부자가 존경받는 이상향(utopia)을 말이다.
아들 삼 형제를 둔 부자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아버지가 돈 많은 부자였으니 평생 놀고먹는 것 밖에는 배운 것이 없는 아들들의 훗날이 걱정스러운 아버지의 “밭에 금 덩어리가 든 항아리를 묻어 두었으니 내가 죽고 나거든 파 보아라”는 유언에 따라 밭의 구석구석을 파헤친 일은 헛수고였지만, 덕분에 밭에 심어져 있던 포도가 대풍을 이루어 금 덩어리 보다 더 큰 이익을 보았다는 얘기가 있다. 아이들에게 더 잘 알려진 이솝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땅을 파헤쳐야 할 동기(교훈)를 유산으로 물려주었다는 얘기다.
1949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노다지 금광이 즐비하다는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모여들어 금광 열풍을 일으킨 일이 있다. 당시에 사금을 채취하던 금광석을 담던 그릇을 팬(pan)이라 하였으므로, 무슨 일이고 잘 풀려 나갈 때 팬에 금을 가득히 얻었다는 뜻의 '팬 아웃 웰(pan out well)' 또는 잘 안될 경우 '팬 아웃 배들리(pan out badly)'란 말이 생겨난 일도 있다. 사람의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의 위험을 무릅쓰게 한 금광 열풍 또한 또다른 동기 부여의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때보다 전 국민이 정신차려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이다. 투입된 생산요소에 대비한 산출의 효과, 즉 생산성을 올리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면, 도덕책을 읽듯 열심히 설교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 한 만큼의 이익이 눈에 보일때 일터로 나간다는 말이다. 경제전에서 이기는 길은 동기 부여를 기반으로 한 기술 경쟁의 승리에 있고, 더 나아가 질 높은 생산요소들을 합리적으로 결합하여 경영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나폴레옹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저 아름다운 무지개를 뿌리째 뽑아다가 우리집 대문에 걸어놓고 두고두고 보리라”는 축부지 욕심을 부려 보았던 일이 있음직도 하다. 태고적부터 현세,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후세대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추구하는 도무지 손에 잡히지도 않고, 감이 오지도 않는 이상향이야말로 희망(hope)과 더불어 사람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유토피아는 먼저 beauty(아름다움), belle(미인), bonus(상여금), bonanza(노다지), benefit(이익), best(최고의)와 같은 '좋다(good)'는 뜻의 b계열의 일족에서 b가 없어진 u(u=bu=good)와 '장소'란 뜻인 top의 결합, 즉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또 beu 또는 eu(u)는 더 나아가 '텅 비었다'는 뜻의 vacant로 이어져 간다는 말은 무지개의 뿌리를 찾아 헤매듯 실체를 손에 쥘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실체가 없어 보이는 희망과 이상향이 인간의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로 귀결된다. 이를 조금 현실적인 문제로 바꾸어 생각해보면, '생산성 향상과 경제력 증진을 기반으로 개인과 국가의 희망과 이상실현'이라는 손에 잡히는 일부터 시작할 줄 아는 선진 국민다운 지혜를 필요로 할 때가 왔다는 말이다.
동기없는 결과는 기대하지 말자
입력 200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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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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