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 선진편(先進篇)을 보면 공자의 제자와 공자 사이에 오가는 질문과 대답이 많이 나온다. 어느날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다른 제자인 자장(子張)과 자하(子夏)중 누가 더 어지냐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사(師·자공)는 지나치고 상(商·자하)은 미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그럼 사(師·자장)가 낫다는 말씀입니까?”라는 자공의 반문에,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고사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유래하였다.
 고개를 돌려 최근 우리 경제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은행가계대출 문제 역시 과유불급의 지혜를 빌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 개인신용불량자수가 급증하고 개인의 경제적 활동을 법적으로 포기하는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바로 가계의 부채규모가 가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를 넘어 과도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같은 가계대출의 과도한 증가를 가계부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99년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금융정책당국의 저금리 기조로 금융비용부담이 감소한 개인과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안전성이 높은 가계대출을 선호한 은행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 은행가계대출이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은행가계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한 속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과 같은 은행가계대출 증가추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먼저 은행의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볼 때 가계대출의 부실위험이 기업대출에 비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계대출은 개인의 소득 및 채무상황, 대출자금의 용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획득 및 신용위험에 대한 관리가 기업대출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등록된 전국의 개인신용불량자 수가 작년말 245만명으로 2000년말 대비 17.6% 증가한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해 준다.
 또한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부대출의 경우도 90년대초 미국·일본 등에서 나타났듯이 부동산가격의 버블이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해소될 경우 담보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대출회수가 어려워져 은행의 여신건전성을 해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향후 여건변동으로 가계부문이 부실화될 위험성도 높다.
 경기회복이 지연되거나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될 경우에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어 소액의 원리금 상환압박에도 쉽게 부실화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나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계부문에 대한 과도한 대출편중현상이 지속될 경우 기업대출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고 이는 가계소득의 감소로 이어져 가계부실을 확산시키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정책당국은 가계대출의 과도한 증가가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년 2월부터 가계대출을 자제하는 대신 기업여신을 확대하는 은행이 총액한도대출 배정시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총액한도대출 지원방식을 크게 개선하였다. 또한 금융감독당국도 향후 가계대출의 부실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가계대출에 대한 사전신용심사 강화 및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가계자금 공급자인 은행 스스로 은행여신의 건전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상시적으로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가계자금 수요자인 개인들도 향후 소득수준과 경제여건변동을 고려하여 채무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가계대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은 것이다”라는 옛고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정경석>